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웨인 Feb 10. 2018

익숙하지 않길 소망한다

설렘이 새벽을 막는다.

의식이 전이될 때가 있다. 전류가 통하듯 너의 마음이 읽힌다. 어느 순간. 말을 섞지 않아도 보인다. 눈을 마주하고 작게 소곤거리면 네 안의 네가 보인다. 완전할 수 없는, 오류는 중요하지 않다. 바짝 날을 세운 일체감만이 오롯이 남는다.


'해마'라고 불리는, 기억을 담는 작은 그릇이 머리에 있다. 그릇에 본질과 의미를 섞어 도자기처럼 굽는다. 손잡이를 덧대 서랍을 만든다. 예정된 부작용이 일어나면 편도체가 뚱뚱해진다. 서랍 바깥에서 맴도는 떠돌이 같은 기억에 빠진다. 감정처럼 보이는 공포 같은 오류투성이다. 기꺼이 나를 잃는다.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 익숙하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익숙함을 갈망했다. 어디든 익숙한 자리를 찾아 숨었다. 모든 낯선 것에서 비켜서는 게 편했다. 중독된 익숙함에 무엇인가 잃는다. 버티는 일이 대부분임을 알기 전까지, 삶은 익숙하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이었다. 숨을 자리가 필요했다. 해마도 편도체도 기형에 가까웠다. 


익숙하면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말은 거짓이다. 나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사랑을 하고 누군가 더 소중했다. 아이가 생기고 그가 더 소중했다. 자리를 찾아 익숙해진다. 누군가 보다, 그 보다, 소중한 것이 내가 된다. 소중한 나는 모순이다. 익숙한 나를 잃을 수 없어 모순을 거스른다.


늦은 저녁의 너, 익숙하지 않길 소망한다. 설렘에 치우치면 좋겠다. 익숙하면 희미해진다. 희미하고 사라지고 소멸된다. 설렘만으로 한결같다. 더딜지라도 익숙을 경계한다. 익숙함은 잘하는 것과 다르다. 익숙하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두근거림이 편도체를 다이어트한다. 설렘이 새벽을 막는다. 

작가의 이전글 외로운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