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메타포
"응. 그거? 거짓말처럼 넣으면 돼."
묘한 미열에 달뜬 환상은 경계가 없다. 아프기 전 몸에게 내용증명을 보낸다. 겁 먹으면 좋겠지만 기대는 없다. 바투 곤두세워 견뎌낸다. 피드백 없는 버팀은 모래같다. 웅크린 기억이 일어난다. 손을 내밀자 후두둑 다가온다.
엄마가 만든 김치찌개는 국물이 없다. 약불에 자박 오래 끓인 김치는 그윽하다. 부드럽게 감기는 감칠맛이 난다. 어릴 때 음식을 곧잘 했다. 칼질도 제법 소리가 난다. 처량하지 않으려 기본기를 익혔다.
당신의 김치찌개가 그리웠다. 김치와 삼겹살을 넣고 약불에 끓인다. 그 맛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감칠맛이었다. 미묘한 단맛이 필요한데 계량이 어렵다.
"엄마, 이거 단맛 내려면 설탕을 얼마나 넣어?"
"응. 그거? 거짓말처럼 넣으면 돼."
어쩌면 맛없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거짓말처럼? 무슨 뜻일까? 몇 g을? 몇 ml를? 어느 정도의 무게와 질량일까? 측정할 수 없는 도량형이다. 티스푼으로도 계량컵으로도 잴 수 없다. 엄마의 도량형이다.
거짓말이라는 질량을 생각한다. 입력값만큼 출력되는 세상이다. 혼자 사는 세상에 던져진 어린 아들에게 주신 메타포일까? 나의 거짓말로 만들어진 음식은 거짓같다. 당신의 거짓말만이 유니크하다.
기억이라는 플레이트에 담긴, 거짓말같이 넣어 어우러진 음식은 그 자체가 근사한 마리아쥬다. 어쩌면 맛없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기억에 時空이라는 소스를 담았다.
.
남산식당의 김치찌개를 기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