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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Apr 05. 2018

4월의 비

흐르지만 기억하지 않는다

4월 오후의 성긴 비에는 나른하고 모호한 풋내가 난다. 중력을 거스르는 비는 두툼하다. 지면으로 떨어져 흔적을 남긴다. 움푹한 고랑의 거품 냄새가 거미줄에 걸린다. 손은 움직이고 머리는 주춤한다. 치매가 노크처럼 오간다. 할 일은 사라지고 웅크린 등으로 관조를 한다.


4월 오후의 머리에는 거미가 산다. 고원의 인면지주가 대뇌에서 머무른다. 거미줄이 주름의 이랑과 고랑을 메운다. 참빗 같은 줄에 거품처럼 안개가 스민다. 나선실과 방사실이 파문을 만든다. 늘어진 기억을 지탱하는 현수교 같다. 감각과 각성은 어디에 머무를까. 익히지 않아도 몸이 인식한다. 비와 거미가 사월을 직조한다.


촘촘하게 예측으로 엮어진 범주 안에서 안정을 느낀다. 조밀하거나 성기거나. 선택의 성질은 아니다. 성기다는 단어를 좋아하지만 내것은 아니었다. 눈매를 가늘게 좁히면 뇌의 주름이 잡힌다. 몰입의 시작이다. 몰입해야 만나고 이별한다.


비 내리는 밤, 가슴이 흔들린다. 가늘게 눈을  없다. 손은 보이는데 머리가 서성인다. 몰입이 흩어진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월, 서른 번의 오후를 위해 하찮은 집중이 필요하다. 흐르지만 기억되지 않을 사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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