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3, 3

by Moon

값싼 옷 오래 입는

아내의 옷장을 열면

지나온 시절의 유행들이

해묵은 패션 잡지처럼 펼쳐진다


매일 똑같은 옷 입고 다닌다

놀림을 받았단다

30년 전 이야기는

우리 식탁에서 이제 반찬이다


내년엔 더 값나가고 더 좋은 거

옷장 앞에서 남편은 다짐을 하지만

매년 3만 원도 못 쓴다

올해도 벌이는 쉽지 않았다


아내의 젊은 시절이 기록된 옷장에

남편의 가난만 덧칠되는데

어느새 우리 식탁에 참여한 사람은

하나 둘 셋 늘어나고 있다


이 음식들은 어디서 왔고

내 허기는 어디로 갔을까

이 사람들은 언제 도착했고

내 외로움은 언제 떠났을까


식탁을 채우는 이 따로 있으니

남편의 계획은 매년 부질없어

아내는 가난을 모른다

옷장을 닫으니 식탁이 와글와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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