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얘기 하는 게
이렇게 즐거웠었나
즐거운데 하루가
이렇게 길 수 있었나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먹으리라
생각으로도 냉장고를 외면하기가
이렇게 어려웠었나
말라가는 건 내가 아니라
나의 다른 일과들
먹는 것 외의 생각들
나의 사유는 이렇게 빈곤했었나
하루 해 꼴딱꼴딱 넘어가는 꼴이
계란 프라이 반숙인지 완숙인지
저렇게 얄미울 수 있었나
치약이 이렇게 달콤했었나
불면의 밤이 캄캄해지면
흑설탕 같은 유혹들이
꼭 후각에 환상처럼 달라붙지만
마른 입은 씀바귀처럼 쓰기만 하지
이불마저 손끝에 꼬들꼬들 감기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탄식
아, 라면, 아, 라면...
면만 먹으면 괜찮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