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앞에서

by Moon



약속의 버튼 누르고 인내의 바닥을 두드린다

순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력되어 있으니

육중한 철제 몸체는 절대 기우뚱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같이 숨 쉬던 이웃들이

각자의 사정을 예약하기 시작하면

그대 몸속에 모래시계 있었음을 깨닫는다


일정하게 내려오는 모래알들은

결국 아래로 아래로 어김없이 향할 텐데

그것이 저절로 발목 근처서 모래주머니로 변하는 건

내가 비워내지 못한 것들의 병목현상 때문이다


수평모자라 만들어진 수직의 공간에서

일정한 속도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불편해

까끌한 모래들을 여기저기 흩뿌려봐야

닫힘 버튼만 익사한 듯 들어가 박힌다


이상하다

모래들을 온몸으로 뿌려댔는데

모래시계는 왜 더 비대해지기만 할까

입자는 왜 더 굵어지기만 할까


누르고 기다렸다 타고

누르고 기다렸다 내리는

이 단순한 과정마저 비틀거린다면

내 안에 담긴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계의 아래칸들을 무어가 그리 꽉 채우는지

위칸 빌 틈 없이 모래시계 돌렸다 세우는

우리 발걸음이 수많은 약속들을 만들면

그 철제 몸체는 자기가 아는 순리만 우직히 발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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