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버튼 누르고 인내의 바닥을 두드린다
순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력되어 있으니
육중한 철제 몸체는 절대 기우뚱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같이 숨 쉬던 이웃들이
각자의 사정을 예약하기 시작하면
그대 몸속에 모래시계 있었음을 깨닫는다
일정하게 내려오는 모래알들은
결국 아래로 아래로 어김없이 향할 텐데
그것이 저절로 발목 근처서 모래주머니로 변하는 건
내가 비워내지 못한 것들의 병목현상 때문이다
수평이 모자라 만들어진 수직의 공간에서
일정한 속도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불편해
까끌한 모래들을 여기저기 흩뿌려봐야
닫힘 버튼만 익사한 듯 들어가 박힌다
이상하다
모래들을 온몸으로 뿌려댔는데
모래시계는 왜 더 비대해지기만 할까
입자는 왜 더 굵어지기만 할까
누르고 기다렸다 타고
누르고 기다렸다 내리는
이 단순한 과정마저 비틀거린다면
내 안에 담긴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계의 아래칸들을 무어가 그리 꽉 채우는지
위칸 빌 틈 없이 모래시계 돌렸다 세우는
우리 발걸음이 수많은 약속들을 만들면
그 철제 몸체는 자기가 아는 순리만 우직히 발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