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변이든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한 걸음 더 넘어갈까 말까
망설임만 반복하는 건
바다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바람에 의지해 선을 넘보기도 하지만
넘실대는 것이 전부인 평소의 바다는
맨 몸으로 도저히 바다를 건널 수 없는
고아 같은 인간과 닮았다
아이가 처음 거울을 보며
생경한 자신과 조우하듯
바다를 찾은 사람은
무엇보다 외로운 자신을 만난다
사발에 담긴 물이나 바다에 갇힌 물이나
혼자 서 있거나 여럿이 어깨동무하거나
결국은 아무 데도 못 가는 너나 나는
줄다리기만 일평생 하는 것인가
제자리에서 줄 잡고 힘써봐야
땅에 발만 억세게 심겨
걷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고 말아
우린 각자의 깊은 곳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수천 년이 흘러 바닷가에 남는 건
물에 쓸린 모래의 까진 찰과상들과
더위 피해 오히려 햇볕 아래 모여든
사람들의 반복된 갈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