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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07. 2023

엄마과 연결되기


요 며칠 사이,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불편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약 한 달 전 어버이날을 맞아 방문한 부모님 댁에서 엄마와 나 사이에 직접적인 갈등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를 하며 화해하였지만 이는 표면적인 갈등 해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에게 어떤 아들이 되어야 한다.' 와 같은 의무감과

'나는 그러한 의무감에 굴복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택하겠다.'는 자존심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한창이었던 모양이다. 아마 저런 의무감 역시 엄마가 내게 심어놓은 것일 테니까.


오늘 퇴근하는 길, 문득 엄마에게 전화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한동안의 고뇌 끝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든지 몇 초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마음 속에는 줄곧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있었다.


'엄마한테 이 말을 꼭 해야지. 엄마도 세상에서 하나 뿐인 소중한 사람이라고...'


어제 네이버 메인에서 봤던 글이 나에게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내면의 비판적인 목소리의 근원은 '부모님'이라는 글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를 자극한 것은 그 글에 딸린 댓글이었다.



이 생각을 품자 실제로 엄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발동한 것 같았다. 평상시 같으면 듣기 싫었을 법한 그런 말씀들도 오늘은 스펀지처럼 쏙쏙 흡수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엄마도 그 어떤 외부 조건과 상관 없이, 나처럼 그 자체로 소중한 한 존재였던 것이다 ! 

이렇게 생각하자 엄마를 미워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평온함만이 남게 되는 것을 느꼈다.


통화가 끝나가는 것처럼 보일 무렵, 엄마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였다.

내가 머뭇거리자 엄마는 '서운한 거야?'라고 물어보셨는데, 그 또한 예상치 못한 감동을 건네주었다.

평상시에 기쁘거나 서운한 것 등 그런 감정을 표현해보지 못했는데, '엄마니까, 서운한 것도 다 얘기해도 괜찮아. 그리고 푸는 거지,뭐.'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마음 속에서 울컥함이 새어나왔던 것이다.


"엄마도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아셨으면 해요."


역시 엄마는 엄마다. 내 말에 대해 또 주저리주저리 말씀들을 늘어놓는다.

안되겠다 싶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저를 따라해보세요. 나는 / 세상에서 / 하나 뿐인 / 소중한 / 사람이다."


그렇게 세 번을 외쳤고, 또 다시 이어지는 수많은 잔소리를 흡수한 다음 통화를 마쳤다.

그 동안 무엇이 엄마와의 연결을 가로막았는가?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이다.
-제럴드 와인버그, 「대체 뭐가 문제야?


-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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