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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06. 2023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


드디어 3박 4일 간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어쩌면 단순반복적인 일이나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차 안에서 아내에게 던진 말이다.


이보다 몇 시간 전에는, 카페에 앉아서 이런 말도 건넸다.

"사실 이렇게 여행하고 난 다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두렵기도 해"

지금 내 안에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자라나고 있다.

다시 즐겁지 않은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내지 압박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일상은 곧 회사다.

계속해서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그 노력을 기울이고 또 내 안에서 균열이 일어나는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한 것 같다. 차라리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면 되는 업무를 맡는다면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GS홈쇼핑에서 총무 일을 담당했을 때처럼.


그런데 일의 단순반복적인 성격이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인가?

다시 말해, 그 일이 단순반복적이라면 나의 마음은 과연 더 편안할 것인가?


확신할 수가 없다. 내가 몇년 전 총무 업무를 담당했을 때 나에게 나름의 자율성업무에 대한 권한이 있었다.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소소한 자유가 있었다. 그런 자유가 주어졌기에 편안하다고 느꼈던 것이 아닐까? 반면 지금은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보니 나의 방식을 선택하고 개척해나갈 여지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중간에 낀 채 각종 요구와 일정을 조율하는 중간자 역할이 주는 무력감도 한몫하는 것 같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네이버 메인에 들어왔는데, '자기 비난'에 관한 심리학 매거진이 눈에 띈다.


그래, 어쩌면 내가 회사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결국 '잘해야 한다',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와 같은 내면의 비판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읽은 이 글에서 이 목소리의 출처는 모두 '부모님'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 평생의 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점은,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벗어나는 결과를 보장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변화의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게 제일 어렵다.


다시금 치열한 하루하루가 고개를 쳐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맨 첫 줄에 등장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나의 평가는, 현재 나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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