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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13. 2023

오해 해소하기

점심시간에 팀장님과 단 둘이 밥을 먹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우리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서로 마주앉았으나 마주보지 않은 채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려는 노력이 나의 시선에 담겨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첫 마디를 꺼낸 것은 나였다.

"계속해서 교육을 운영하니까, 상대방은 저를 몰라도 저는 상대방을 아는, 그런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근처 테이블에 내가 운영한 교육에 참여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늘 대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팀장님 또한 '발전', '개선'을 원하며, 최근에 특히 이 주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주말에도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새롭게, 잘 해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다고 하셨다.

팀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꺼내는 이유는, 아마 나 역시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으며 잠재적인 협력자로 생각하시기 때문 아닐까? 

나는 팀장님의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듣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최근에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런 발전을 생각해보셨어요?"

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팀장님의 입에서는 

'최근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는데...' 

'우리가 하는 것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 맞춰서 해달라는 거 열심히 해줘도, 나중에 남는 게 없다.'

와 같은 나름 솔직한 답변들이 나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반가운 감정과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그가 성장을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효과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믿고 싶다.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이자, 또 코칭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렇게 팀장님의 이야기를 한참 들으며, 문득 지난 번 팀장님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의사소통의 오류가 떠올랐다. 

'이야기할까, 말까?' 를 고민하던 중, 지금이라면 이야기해도 크게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결국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참, 그 무렵 팀장님의 접시 위에 나의 돈까스보다 약 3배 많은 양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내가 놀라 말했다.

"팀장님 식사 속도가 저보다 늦으신 것 같은데요... 처음으로요."

팀장님은 할 이야기가 많아 밥을 늦게 먹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실제로 팀장님의 밥 먹는 속도는 나보다 훨씬 빠르다. 평상시에는 팀장님이 제일 먼저 식사를 마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곤 한다.

나는 이것이 하나의 '상징'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가 나와 대화를 나누며 내면에 깊이 다다르고, 또 그것을 열심히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바로 이 사건에 관해서.  

이 날,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에는 물어보지 못했으나 지금이라도 여쭤본다는 말을 건넸다.

팀장님은 당시에 오해가 있었으며, 내가 '아니 그게 아니라~' 정정하는 순간 민망해졌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고, 그 이후 '의사소통'에 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티어 얘기도 하고, 집 안에서 아내와 주고 받는 대화들에 대해서도. 이 때 나누었던 몇몇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팀장님 스스로도 자신이 감정을 숨기는 것 같다고 인정하였다.  

    '의도를 숨겨도 비언어적 표현으로 그것이 드러난다.'  

    팀장님 역시 최근에 위와 비슷한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아내와 대화를 나눌 때, '왜~~했어/안했어?'와 같은 대화는 상대방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런 경우 대부분 나의 의도를 점검해봐야 한다.  

    한국인이 특히 '맥락'에 의존하는 대화를 한다고 한다.  

오늘 대화를 나누며,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또 기특했다.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를 수면 위로 꺼냈고, 또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되고자 하는 존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도 아주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무엇이 이 기회로 연결되었을까? 무엇이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도록 만들었을까? 바로 아래 질문들이 나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과 진정 어떤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가? 아니 그 전에, 나는 어떤 존재가 되길 원하는가? 

그리고 이전까지의 분위기와 상황을 부드럽게 유지하였기에,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준 덕분에 이후 다소 걱정스러운 대화도 내가 먼저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3.06.13

p.s. 이번 글 쓰는 데 약 35분이 걸렸다. 나는 5분만 일기 쓰는 데 할애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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