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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21. 2023

'피곤함'과의 첫 대화

23.06.21.수요일

[나와 '피곤함' 사이의 대화]


나 : 안녕


피곤함 : 안녕, 어서와!


나 : 너는 여기에 있었구나


피곤함 : 응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었어


나 : 너한테 오는 길 내 심정을 얘기해주고 싶어. 너한테 다가오는 것이 나는 두렵고 무섭고 떨렸어. 왜냐 하면 너는 내가 그 동안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존재였거든. 그런데 막상 너를 만나러 와서 너의 얼굴을 보니 너는 한없이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구나.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리고 나를 받아주려고 마음먹었던 것처럼.


피곤함 :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그리고 너를 걱정하기도 해.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 잘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어. 네가 나를 찾아와서 기뻐. 너는 진작에 여기 왔어야 해.


나 : 그래... 최근에는 나도 너를 좀 더 열심히 찾아오려고 했었지. 잠도 일찍 자고 말이야. 그런데 어제는 너무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생각이 많아서였을까? 고민이 많아서였을까?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마구마구 솟구쳐서였을까? 그런데, 그것이 잠을 더 못 자게 했던 것 같아. 잠 자는 데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자는 내내 제대로 자지 못했던 것 같아. 오늘 여러 일이 많았는데 너무 힘들고 피곤했어. 그래서 네 생각이 더더욱 났지 뭐야.


피곤함 : 네가 이제라도 나를 생각하고, 또 나를 찾아와줘서 너무 고마워. 어쩌면 내가 너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였는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항상 거기에 있다는 것을 네가 알아줬으면 해. 꼭.


나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항상 여기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갈게. 그리고 잘 돌봐줄게. 고마워


피곤함 : 그래 나 역시 네가 그렇게 얘기해줘서 너무 고마워. 그런데 나는 너한테 어떤 존재니? 어떤 존재이길래 이렇게... 나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도 결국 나를 찾아온거지?


나 : 글쎄... 어쩌면 나는 네가 평생 여기 있었던 걸 알고있었는지도 몰라. 그저 외면하려 했던 걸지도... 왜였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일종의...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어떤 증거...일지도 몰라 너는.


피곤함 :  그렇구나. 너도 역시 알고 있었구나. 그러나 너는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거구나. 그런데 결국 왜 찾아온거지?


나 : 그러면서도 동시에 너의 소중함을 어렴풋하게나마, 희미하게 느끼고 있던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너를 더 자주 찾아오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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