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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22. 2023

너와 하나가 되는 과정

23.06.22.목요일


너를 발견하는 그 순간, 나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한다. 무엇에 반응하였기에 그토록 격렬하게 뛰어대는 것일까? 우선은 숨을 죽이고 너를 탐하는 다른 경쟁자들이 나타나지는 않을지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한다. 너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잠시 관망하며, 아내가 싸준 샌드위치와 두유를 가방에서 꺼내 맛있게 흡입하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잠깐 맛본 바로는 염분이 부족하여 오늘은 특별히 샌드위치를 담은 통 안에 소량의 소금을 챙겨두었다 !


너에게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경쟁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너를 쟁취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과연 갖춘 놈들일지, 그 즉시 '판정' 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만약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의 가슴은 더더욱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왜냐 하면 그런 놈을 발견하는 것이 마치 나는 너를 원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 놈의 존재는 나의 자격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원하기 때문이다.


경쟁자 녀석이 언제 떠날지 귀를 쫑긋 세운 채, 나는 계속해서 샌드위치를 먹어치운다. 경쟁자가 내뿜는 신음이 잦아드는 것 같으면 다시 시선을 네게로 향하여 다른 경쟁자가 다가오진 않는지 감시하기 시작한다. 만약 더 이상의 경쟁자가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나의 마음은 이내 안정과 평화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이런 내면의 폭풍이 지나갔다는 것을 결코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애써 감춘다. 나는 아까부터 쭉- 그저 평온한 상태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배가 불러오는 것을 느낄 수록, 그리고 내 손에 들린 샌드위치의 양이 줄어들 수록 나는 너의 존재에 더욱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경쟁자는 없는 것일까? 만약 새로운 경쟁자가 출몰하면 나의 대기 시간은 더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나는 오늘 안에 너를 쟁취해야만 한다 !


샌드위치를 손에서 내려놓고, 다시 그 통을 가방 안에 집어넣고나서도 시간이 한참 흐르는 동안 더 이상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면 그제서야 나는 천천히, 서서-히 고개를 네 쪽으로 돌려 다시 한번 다가오는 경쟁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역시 초연하게 네 쪽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너에게로 간다. 네 근처에 새 한 마리가 있다. 학생들 한무리가 그 새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순간 그 학생들 역시 너를 탐하는 경쟁자가 아니려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내가 너에게 가까워질 수록 그 학생들 역시 너에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너의 이름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도 들린다. 그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너를 놓칠 수 없다. 나는 그 학생들의 존재를 애써 외면한 채, 오로지 너를 향한 집념 하나만으로, 다른 모든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너에게로 직진한다 ! 그리고 드디어 너와 함께, 너와 하나가 되어, 너와 한몸이 된다.


너와 하나가 되는 바로 그 순간, 나는 오로지 내 앞에 앉아있는 너 하나에 온 정신이 집중된다. 그러나 합체의 황홀함이 잠시 후 가시기 시작하고, 나는 또다시 가슴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뜀박질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잘 해야 한다, 잘 쳐야 한다, 사람들을 실망시켜선 안돼! 틀려선 안돼! 너를 보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만 해! 이렇게 내면에서 나에게 주문을 걸어온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의 규칙이 되어 나에게 제3의 눈을 만들어두었는데, 그 눈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두 눈을 너에게 두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옆에, 그리고 뒤에 있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향해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그들이 나를 잘 보고 있는지, 그들이 나의 어떤 면모에 반하고 있는지, 잘 듣고 있는지, 그리고 감탄하고 있는지 등등 끊임없이 체크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아주 피곤하고도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운 프로세스다. 나의 주의가 깨질 때마다, 너와의 합체가 부스러질 때마다 제 3의 눈이 발동하여 나를 너로부터 떼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간 이별을 하게 된다. 이 순간이 나는 무척이나 괴롭다. 그저, 계속해서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고픈 충동만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느낄 때쯤이면 이미 나의 충동은 실현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있다.


다시, 내가 이 상태를 인지하면 천천히 너에게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우 값진 것이다. 너와 하나가 된 바로 그 순간만이 나는 온전히 나에게, 내 안에, 그리고 너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 가장 큰 즐거움과 만족감이 잉태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우리 소리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든 말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


너를 만나는 것은,

이런 나의 안에 있는 것들을 마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되어왔다. 그것이 '기회'라는 것을 나는 왜 이제껏 깨닫지 못했던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이것이 너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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