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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26. 2023

말할 수 있는 용기

23.06.26.월요일


어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주말의 저주였던 것일까? 일요일에는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밤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일요일에는 낮에 잠을 많이 자고도 밤에는 또 나름대로 잠에 쉽게 드는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것은 낮잠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추측컨대 다음 날 '교육' 진행이 있는 날이면 아무래도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것 같다. 어젯밤도 거의... 내가 잠에 들기나 했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매우 얕은 잠만 자다가 아침 6시에 알람을 듣고 일어난 것 같다.


그렇게 막판까지 나는 책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습득했고, 바로 교육 현장에서 써먹었다! 교육이 끝나자마자 팀장님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라며 내가 진행한 내용과 방식에 대해, 그 동안 내가 수정하고 개선해온 것들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점심식사를 하면서는 '어떻게 해서 이런 개선을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낼 수 있던 것인지'를 내게 묻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에겐 고민이 있었다. 아니, 나에게는. 바로 내가 바꾼 부분을 고객사의 교육 담당자에 알리는 일이 남았던 것이다! 내용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는 교육담당자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우선 시간이 짧기도 했거니와, 하나하나 '동의' 내지 '승인'을 받으면서 개선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교육담당자가 일종의 '허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분명 어떤 한 점을 보았고, 그 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만의 경로를 개척해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나였으므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과 내용을 택할 필요가 있었다.


주간회의를 앞두고 팀장님이 내게 물었다.


"교육담당자에게 바뀐 부분에 대해 공유하셨나요?"


나는 아직 공유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였고, 이어서 교육담당자에게 Teams 메시지를 보냈다. 교육 내용과 PPT를 일부 수정하였다고 말하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아아 넴!" 그 반응을 보자 나는 마음 속 한켠에서 약간의 안도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바로 주간회의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교육 내용을 공유하기보다는, 나중에 끝나고 교육담당자에게만 공유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 속에서는 지속적인 갈등이 일어났다. 

'더 늦기 전에 알리는 것이 좋아. 덩치가 너무 커져버리면 교육담당자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 걸?'

'아니야 우선 오늘은 그냥 보내고, 바뀐 내용을 Teams 메시지로만 알려주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이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내게 말을 걸어왔는데,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쉬이 답을 해주지는 못하였다. 그러다가 슬슬, 회의 종료가 다가오자 '용기'라는 친구가 나를 찾았다. 그 친구는 내게 힘을 주었는데, 아까 교육담당자가 보였던 너그러운 반응을 떠올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를 나의 잠재적인 협력자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최근에 읽은 <탈권위 리더십>이라는 책의 한 대목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그녀에게 마침내 말을 걸기까지 나는 계속해서 조바심, 두려움!, 떨림... 긴장과 불안 등 갖은 감정을 겪어내야만 했다. 그래도 아주 강렬하지는 않아 나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이 모든 감정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과연 이것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이렇게 내멋대로 독단적으로 내용을 바꿔놓고선 사후 통보하는 것이 그녀를 자극하진 않을까?'


그런데 계속해서 나의 느낌을 인지하려고 노력하자, 위와 같은 나의 추측이 어쩌면 나의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즉, '반대로' 그녀는 나의 이러한 노력을 고마워 할지도 모르는 일이며 또한 내가 어떤 개선 작업을 하였든 그것을 인정해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내면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객의 허락 없이는 그 무엇도 '먼저' 바꿔선 안된다. 뒤늦게라도 그것을 밝히는 날에는, 고객이 그것에 분노할지도 모른다.  


위와 같은 규칙을 인식하면서 역설적으로 나는 그녀를 잠재적 협력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나는 그녀를 내 옆에 앉게 한 다음 친절하게, 차근차근, 그리고 이 교육 내용에 담긴 그녀의 '공'을 인정하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너무 좋다'는 말만 연거푸 반복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떠났다. 오늘 이 사건은 나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주는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가?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오로지 나의 내면에 있다.
상대방이 내게 마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진짜로 믿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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