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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26. 2023

김밥

23.06.25.일요일

김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아내와 내가 연애하던 시절부터 자주 다니던,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갈 때 동네에서 미리 김밥을 한 줄 싸들고 갈 때의 쾌감이란...... 어ㄷ떠했는가!!! 갑자기 안산 살던 때가 떠오른다. 아침에 내가 먼저 준비를 마치고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두어줄 샀다. 차대기가 너무 힘들어 가까스로 차를 댔는데, 그 때 장면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차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의 주차실력 덕분에 무사히 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군포로 이사와서도 우리는 여행갈 때마다 늘 김밥을 사들고 떠나곤 했다. 애플 김밥... 김치참치 김밥 그리고 일반 김밥 등등 아내는 일반 김밥을 특히 좋아한다. 보통 멀리 지방으로 여행을 떠날 때 김밥을 싸들곤 하는데 지방으로 떠나는 여행은 내게 '여유와 휴식'을 의미한다.


우리는 무엇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가? 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물려준 차 볼보를 타고 떠난다. 볼보 타고 멀리 떠나는 걸 생각하면 가장 먼저 담양 남해로 떠났던 작년 작년 맞나? 아니 재작년.... 벌써 재작년이 된 것 같다. 그래 재작년 여름 휴가가ㅣ 생각난다. 사실 뭔가 많이 웃으면서 지냈던 그런 추억은 많지 않은데 우린 3박 4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거의 내내 다투었기 때문이다 !!! 아마 그다다툼의 나의 미성숙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의 미성숙으로 ㅇㄴ한 것이리라... 지금은 어떤 상태가 되었을까/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이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 추억이 되어있다.


왜 여행 갈때 하필 김밥인가? 그것은 김밥이 가장 '간단'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테이크아웃으로 싸들고 나가는데 이 때 고민되는 것은 바로 '쓰레기'다 사실 나보다도 아내가 이 쓰레기 문제에 대해 훨씬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일회용품을 자제하고 다회용기를 쓰고 싶어한다.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실리콘 용기를 샀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문제를 적어도 우리들 선에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밥을 식사 대용으로 하기에.. 간단한 식사로 하기에 좋았던 건 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어서다. 그런데 요새 김밥은 너무나 비싸다. 혼자 식사로 김밥을 먹으려면 최소 2줄을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2줄을 사면 거의 9천원에 육박하여 사실상 일반 식사를 뭐가 다른가? 특히 순대국이 생각나는데 9천원 짜리 순대국을 먹으면 고추 마늘 쌈장 그리고 깍두기와 각종 장아찌까지 함께 내어준다. 그렇게 푸짐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그런데 9천원짜리 김밥이란 빈약하기 짝이없다. 단무지도 따로 챙겨주지 않는다. 갑자기 내가 일하는 곳 근처에 있는 몬돌이 김밥이 떠오르는데, 그곳 사장님 부부는 친절하시지만 어쨌든 김밥이 너무 비싸다 기분이 몸비 나쁘다. 참치/치즈 김밥은 한줄에 4700원이다. 2줄 사면 9400원이다. 테이크아웃하나 거기서 먹으나 똑같다.  갑자기 서러워진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는 김밥 중에서는 일반 김밥 말고 김치 또는 치즈가 들어간 김밥을 선호한다. 참치김밥도 좋긴 하지만 어쩐지 뻑뻑한 느낌이 있어 아주 썩 좋아하진 않느다. 쓰고 보니... 김치 치즈 참치  모두 치가 들어간다. 김밥은 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보인다. 


김밥에는 이런 의미가 있었다. 우리가 오늘 안산 예술다방으로 떠나기에 앞서 약간은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또다시 김밥집을 찾았던 것은 아마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운전대를 잡은 상황에서 아내는 근처 김밥집을 찾기 시작했다. 어라? 가장 가까운 김밥집이 문을 닫았다. 그 다음 가까운 김밥집은? 방향이 좀 안맞는 것 같아서 제외하려고 했으나... 그 외에는 달리 갈 만한 김밥집이 근처에 없던 것이다 !!! 어떡해야 하지? 우리는 잠시간 길바닥에서 방황했다. 물론 차 안에서. 그러는 와중에 우리의 짜증 지수는 점차 치솟기 시작했다 !~ 결국 2번째로 가까웠던 그 김밥집으로 향했는데, 주차까지 마치고 보니 아뿔싸 여기도 역시 문을 닫은 것이다. 우리는 순식간에 황량한 허허벌판 사막에 홀로 남겨진 (물론 둘이었다) 처량한 영혼이 되어 모든 방향성과 희망을 상실한 채 일시적으로 얼어붙은 상태에 놓였다...... 얼마나 처참했던지!!!!!!!!!!!


특히 우리에겐 차가 있었기 때문에 주차를 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혹은 차를 잠깐 댈 수 있는 그런 조건이 중요했다. 더 이상 김밥을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나설 용기는 우리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나 짜증나고 답답시려웠다....... 이로서 모든 계획이 틀어진 것처럼 보였다... 김밥집에 찾아가는 것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진작부터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더 이상의 김밥집을 찾기를 포기한 우리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아까 있었던, 방금 있었던 김밥집에 관한 우리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났었는지 내가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나 또한 정확한 어떤 지점에서 짜증이 폭발했는지 아내에게 이전보다 한층 차분해진 어조로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그 다음 나는 아내를 꼭 껴안아주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까 차 안에서도 이따금씩 아내의 얼굴을 보며 '평상시의 나'로 되돌아가는 순간들이 잠깐잠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평상시 모드로 돌아가 아내를 껴안아줄 수 있었다. 그래봤자 김밥 ... 그 모든 것 이전에 아내라는 존재 자체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포옹을 마치고 나서야,  그 와중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나는 흘리지 않았다) 비로소 안도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쭉 김밥을 우리 부부의 관점에서만 기술하였다. 그러나 사실 김밥, 김밥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아마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올라갈 것이다. 바로 때가 되면 찾아오는 소풍날에 관한 기억이다. 소풍을 갈 때면 엄마는 어김없이 김밥을 싸주곤 했다. 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잠에서 깨어 부엌으로 나오면 엄마는 이미 아침 일찍부터 밥을 짓고, 김밥을 손수 한줄한줄 싸고 계셨다. 그 때는 그 노력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시대적으로 지금보단 덜 했다고는 하나, 모든 것이 바깥의 것들로 손쉽게 대체될 수 있는 그런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던가. 김밥 싸주는 것을엄마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며 단 한번의 소풍도 김밥 없이 보내지 않았던 우리 엄마. 그 떄의 젊은 엄마를 떠올리면 지금도 감사함이 올라온다. 김밥 그것은 엄마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소풍 하니까 또 생각난다. 5학년이나 6학년인가 언젠가 내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살 수 있었던 검정 반팔. 나는 그 당시 '검정' 반팔이 몹시 갖고 싶었다. 검정 반팔이 하나도 없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검정 반팔을 입는 것을 보고는 그것이 어찌나 멋져보였던지. 소풍을 바로 하루 앞두고 엄마를 졸라 기어코 반팔 하나를 장만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옷을 사자마자 바로 입고 외출하기도 하지만, 그 땐 엄마의 영향이었을까, 옷을 사고나서 적어도 한번 세탁한 다음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옷이 어디 하루 만에 마르던가? 집에 오자마자 급하게 세탁을 마친 뒤, 엄마는 그 옷을 밥통 위에 올려놓아주셨고 결국 다음 날 완전히 마르진 않았지만 입고나가 친구들에게 선보일 수가 있었다. 그 때 그 옷에 스며들어있던 섬유유연제의 향을 아직도 있지 못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 옷을 떠올리면 지금도 내 코 끝으로 그 향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김밥과 마찬가지로, 그 때 그 검정반팔 역시 엄마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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