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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27. 2023

상대의 반응에 대한 나의 반응


23.06.27.화요일


일기 쓰기에 앞서서...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나, 일기 쓰는 데 30분 가량의 시간이 드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처음 시작은 딱 5분만 써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퇴근 이후 시간은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일기 쓰기에 관한 와인버그의 메시지를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 「테크니컬 리더」를 펼쳐 해당 부분을 빠르게 읽어보았다. 책에 등장하는 어떤 사람은 "5분보다 10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일기 쓰는 행위 자체가 두려워지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타이머를 맞춰놓고 딱! 5분만 씁니다."라고 회고하였다. 나 역시 이대로라면 일기 쓰기 자체가 두려워지지 않을까? 혹은 일기 쓰기는 즐기되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여 피로에 허덕이게 되든가. 최근에 저널 치료에도 관심이 생겨서인지, 다양한 실험적 글쓰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것이 글쓰기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든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딱! 5분만 써보겠다. 시작은 명상으로.


오늘 쓸 내용은 아까 아내와 동네 산책을 하며 이미 털어놓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에게 꽤나 중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기로도 써본다. 현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C사에 상주하고 있는데, C사의 자회사 교육을 맡게 되었다. 오늘은 첫 교육이 있는 날이었고, 비록 내가 직접 진행하진 않지만 교육 시작 전 사전 점검을 위해 팀장님과 함께 그 회사에 방문하였다.


그 곳 직원들에게는 따스함이 있었다. 처음 로비에서 만나 인사를 나눌 때, 교육 장소로 이동하여 각종 설명을 들을 때, 함께 PC,인터넷 등을 설정할 때, 모든 순간 그들의 눈빛에는 친절함과 여유가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내겐 꽤나 마음을 건드리는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교육이 13시 30분에 시작하였는데, 나는 그 직전에! C사 건물로 복귀하였다. 팀장님은 교육 초반부를 지켜보다가 나중에 복귀하였는데, 복귀하는 팀장님에게 내가 물었다.


"팀장님, 그곳 교육 분위기는 어땠나요? 오늘 처음 하는 거다보니..."

팀장님은 내가 채 말을 끝내기 전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다 똑같죠 뭐. 더 반응이 없는 것 같긴 했어요." 

그것도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은 채로!


나는 애초에 그에게 왜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일까?


교육 분위기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도 물론 있었을 것이지만, 어쩌면 그가 돌아왔기 때문에 돌아온 자에게, 아니 돌아온 상사에게 마땅히 건네야만 하는 그런 의례적인 질문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즉, 질문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질문 '해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순전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그 질문이 나간 것이었을까? 만약 내가 여기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을 떠올린다면, 무언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어떤 부분이 내 안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위에서 나는 팀장님이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음을 언급하였다. 대화를 할 때 얼굴을 쳐다보는 것 또는 쳐다보지 않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한 신호가 된다. '존중'이라는 욕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 혹은 그로부터 말을 듣는 경우 가능한 한 얼굴을 쳐다보고 눈을 마주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다.


그런데 단순히 '존중'에 대한 욕구만이 이런 감정을 유발했을까? 


조금 더 들어가보니, 팀장님이 나에 대해 그런 반응을 보일 때, 설령 팀장님에겐 그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들 떠오르게 된다.

            교육 장소에서 내가 보다 적극적으로 그 곳의 직원들과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었던 사실          

            평상시에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나의 모습들          

이런 사실들이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잘난 것처럼, 너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어쩌면 그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것일까?'


나는 그저 나다운 모습 그대로 움직이고자 했는데,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사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나는 매우 언짢고 갑갑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너는 그러면 안됐어!'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나는 앞으로도 자유로운 움직임에 따라 일하며 살고 싶다. 


다행인 건, 이런 느낌이 올라오자마자 내가 그 즉시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이후 팀장님과의 대화나 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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