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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28. 2023

2023년 6월 28일 강사로 데뷔하다.


23.06.28.수요일


그렇게 6월 한달도 끝나간다. 오늘은 '처음으로' 강의를 한 날이다. 처음에는 고객사 교육 담당자를 대체하여 온라인에서 약 1시간 남짓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불과 한달 전인데, 이젠 급기야 대기업 팀장님들 대상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의장을 떠나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복귀하자마자, 퇴근을 앞두고-아니 정확히 말하면 퇴근 시간을 넘기면서-아래 글을 쏜살같이 써내려갔다. 늘 그렇듯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손을 맡긴 채 썼기 때문에 표현에는 오류가 많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감격스런 오늘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초반부 : 교육 시작 후 약 10분간 학습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Check in 세션


얼굴이 빨개지고, 문득문득 내가 뭘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이 있으며, 그런 순간이 찾아왔음을 인지하자마자 얼굴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흐름이 뚝뚝 끊기는 듯한,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도 있었다. 말하고자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좋았던 점은, 시작부터 스크린 사이에 서서 사람들의 눈과 반응을 관찰하는 정도의 여유는 확보했다는 것이다.


중반부: Microsoft 강사님이 기술교육이 진행하는 세션.

나는 중간중간 학습자들이 개인적으로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에게 질문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내가 아는 선에서 도움을 드릴 때, 기분이 좋았다. 뭔가 내가 쓸모있음을 입증하는 듯한.

그리고 컨설턴트로서 뭔가 역할을 하는 것 같은. 그런 순간순간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전까지는 얼어붙어있다가. 그리고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그들과 소통하고 있지 않을 땐, 그들과 나 사이에 어떤 벽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질문을 주고받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들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드는 것이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나면 만족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한동안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후반부 : Microsoft 강사님 세션 이후 약 1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이 tool을 잘 쓸지' 고민하고 Ground Rule을 정해보는 시간


내가 정확한 시간을 고지한 것은 만족스럽다. 그리고 여유로운 느낌을 가지고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팀장님들의 구체적인 행동을 '인정'하는 말을 한 것도 만족스럽다. '뒤에서 봤는데 잘 배우시고 서로 알려주시고 등등'


너무 나혼자 진행하는 듯, 일방적인 상황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있었다. 오히려 조는 분은 내게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자유니까. 그것이 나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다만, 내가 전달하는 이 메시지에 대한 확신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고, '감히' 그들에게 '나 따위가' (과장하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뭔가 부적절한 듯한 느낌이 계속 유지되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내용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온 것인데, 역시 사람들의 반응을 시시각각 확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두려운 일이다. 그 와중에 이따금씩 나의 눈을 쳐다봐주는 학습자가 있으면, 적어도 그 시간 동안에는 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증거가 되므로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또는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바로 이 방법이 과연 최선일까? 하는 의심을 계속 가졌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도 볼 수 있으려나.

특히 퀴즈 풀 떄도, 뻔히 여기 앞에 앉아있는데 ahaslide로 응답을 받는 것이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초성퀴즈를 포함시킨 것은 오프라인에서도 나름의 효과가 있던 것 같다. 몇몇 분들이 대답을 해주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질문이 있으신지 묻곤 했는데 실제로 질문이 꽤 많이 나왔다. 다행히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대답해드릴 수 있었다. 그 중에 뭔가 불만을 가지신 팀장님 한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mvp님이 어떤 질문을 던졌는데 그분의 대답은 '배우러 왔는데 왜 질문을 하고 있어. 가르쳐줘야지.' 였다. 나는 그분에게 경계심이나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연민과 측은지심이 느껴져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좀 더 많은 눈길이 가게 되었다.


또한 내가 아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할 때 역시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 땐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비로소 '나'가 된 것만 같은… 그런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현명하게 활용하기 부분에서 내가 자신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던 것 같다. 나름의 에너지와 열정을 담아… 그건 참 만족스럽고 스스로가 대견하다 !!! 마지막까지 교육 담당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려 하였는데, 나의 이 모습에 대해서도 자랑스럽다. 오늘 역시 무언가의 시작일 뿐이다.




전반적으로…


오늘 처음이었고 수많은 심리적 장벽들이 있었다. 그걸 인지했다고 반드시 자연스러움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연습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정말, 진정한 '나'가 발현되는 순간이 분명 있었다. 온전한 나의 언어로 그들과 마주하는 순간. 그런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그건 나조차도 놀랍다. 뭔가 불편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 컨텐츠 자체에 대한 어떤… 높은 기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 또한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기에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오늘의 내가 아주 자랑스럽고 아주 멋지도 아주 고맙다. 정말 고생 많았다 나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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