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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06. 2023

'내려놓기'에 관하여

23.07.06.목요일

지금은 벌써 좀 피곤하다. 시간이 11시 22분이다. 어제 강사와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 일들에 관한 나의 느낌에 대해 적었다. 그렇게 준비했던 1시간 반짜리 교육이 오늘 있었다.

중간중간 내가 빠뜨린 것들이 몇 개 있었다. 내가 좀 더 챙겼더라면 보다 완벽한 교육 시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이 팀장님에 의해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나는 모르고 있던 것을 팀장님이 알아차리고 나에게 이야기해준 것이다. 그럴 때마다 살짝 뜨끔해지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무사히 그 느낌들을 흘려보냈다. 에전 같았으면 한 동안 그 부담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겠지만... 그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걸까?

우선, 팀장님과의 관계가 조금 더 편안해지고 가벼워진 게 있다. 예전 같았으면 보다 심각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말들이 이젠 나에게 예전만큼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팀장님에 대한 나의 반응 역시 좀 더 부드러워졌을 것이고, 우리 사이의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한 마디로, 우리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이 서로의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낮아졌을 거란 말이다. 오히려 반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확률은 아마 올라갔을 것이다. 

그리고 또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 또 하나의 요소다. 이게 참... 제일 어려운 것인데, 보통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은 상황에서 꽤 코너에 몰리는 듯한 그런 압박을 느끼곤 한다. 아니, 거의 대부분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숨을 고르고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이 '실수'라는 것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어제 나 자신을 돌아보고, 특히 일기(저널)를 통해 내 안에 흐르는 것들을 관찰하면서 오늘은 조금 더 가볍게 이 상황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설령 뭔가를 빠뜨려서 교육이 진행되는 데 차질이 생겼다고 해도, 그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그 실수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팀장님처럼. 고객사에서 그런 걸 알아차린다하더라도, 이젠 괜찮다. 실수는 인간적인 것이니까.

아무튼 팀장님과의 관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있어 오늘 있었던 일련의 실수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다가오질 않았다. 그리고 더불어 강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금은 덜 부담스럽게 느끼게 된 것 같다. 교육이 끝나고 강사와 잠시 통화를 하였는데, 어제보다 훨씬 가벼운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뭔가 조건화된 반응이 내 안에 남아있거나 하는,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음... 참 어렵긴 하지만.

무엇이 오늘과 같은 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이끌었을까? 그냥 하룻밤 자고나니 시간이 흘러 괜찮아진 것일까? 그저 높은 '회복탄력성'에 힘입어 멀쩡해진 것일까? 아니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일기를 쓴 덕분일까? 모르겠다. 만약 일기를 쓴 덕분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제의 상황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평행 관계에 있는 다른 세계에 복사-붙여넣기해서 일기 없이 한번 살아봐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고 있다. 일기를 ㅆ

더 이상 쓸 맛이 안난다. 그리고 미리 설정해둔 10분이 다 지나간다. 그냥 여기서 끝마쳐야겠다. 더이상 내 잠재의식이 글쓰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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