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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May 28. 2023

비폭력대화 '보여주기'

본사에 있다가 얼마 전 내가 상주하고 있는 고객사에서 함께 근무하게 된 동료 H가 있다. 일에 관해서든 삶에 관해서든 종종 대화를 나누는데, 무언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오늘도 잠깐 쉬면서 H의 고민을 들어주게 되었다. 나는 내가 지향하는 그 모습대로, 답이나 조언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하며 H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찾아갈 수 있도록 애썼다.


그러나 대화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H 또한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내가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물어봐주었다. 아마 나의 답에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힌트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나는 H에게 진심을 다해 내면에서 우러나는 답변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내가 <비폭력대화>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근데 비폭력대화라는 게 뭐예요?" H가 물었다. 나는 비폭력대화를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대신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뭐일 거 같으세요?"

"음... 폭력대화의 반대인가? 제가 폭력대화는 아주 잘하거든요. 동생한테."

"그럼 반대로 폭력대화는 어떤 건가요?"

"음... 가르치려든다거나... 저도 누가 저 가르치려드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폭력대화의 특징과 사례에 대해 몇 가지 더 설명을 해주었는데 다 기억나진 않는다. 

그리고 동생한테 폭력대화를 사용하는 맥락과 배경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동생이 고3인데, H님은 개인적으로 학벌콤플렉스가 있고, 동생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길 원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받아주었다.

"동생이 책상에서 벗어나 화장을 할 때, 좀 답답하세요? 동생이 H님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해서요?"

그리고는 바로 이것이 H님의 말을 비폭력적으로 들어준 것임을 이어서 알려주었다.

'공감으로 듣기'라고 이야기한 뒤, 관찰-느낌-욕구-부탁의 요소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서,

"네, 방금 설명하신 그 폭력대화를 반대로 하면 비폭력대화가 되겠네요. 그럼 제가 한번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동생 분한테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폭력대화를 한번 해보실래요? 그럼 제가 그걸 비폭력대화로 바꿔볼게요"

"(동생한테)OO야, 너 공부 안하면 어쩌구저쩌구~~~"


비폭력대화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늘어놓는 것보다,

이렇게 한번 보여준 것이 그게 무엇인지를 이해시키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에 관해, 동료에 관해 즉 각자에 관한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를 알아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알아봐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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