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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May 28. 2023

흐린 뒤 맑음

최근 관심을 갖게된 버지니아 사티어.


오늘은 어떤 감정이 매우 강렬하게 일어났는데, 나는 이를 놓치지 않고 글로 옮겨적었다.

사실 글은 수단이고, 나의 감정과 그 뒤에 숨은 신념 또는 결핍을 인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나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버지니아 사티어의 명상법에 관한 영상을 접했다. 이 영상에서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나는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 일기는 그 글로 대신하려 한다.


아내의 카톡 프사가 바뀌는 것을 보는 건 나에게 힘든 일이다.

가슴 속에 무언가 옥죄는 느낌이 든다.

한기가 느껴져 팔에 닭살이 돋기도 하고,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프로필 사진에 내가 찍어준 사진, 함께 찍은 사진 등이 올라오면 우리의 관게가 더욱 각별해진 것 같고, 내가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다. 프로필 사진에 관해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이번에는 얼마 전 아내가 그녀의 엄마와 함께 찍은 인생 네컷을 프로필로 해두었는데, 이 또한 나의 불안감과 위기 의식을 자극한다.


최근 들어 아내의 가족과-어쩌면 최근의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물리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독립적인 삶을 원하기에 이러한 상황이 썩 달갑지는 않다. 전주에도 갔다오고, 주말 저녁에도 밥 먹으러 가고  이번 주말에도 아버지 생신이고.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교회'다.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교회를 다니길 원하시고 지속적으로 설득하신다. 신앙심이 전혀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몇몇 장점이 있어 교회를 다녀볼까 생각중이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교회까지 나가게 되면 삶의 독립성이 더욱 위협받을 것 같다. 앞으로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 부부로서 움직이지 않고, 따로따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아내 혼자 다녀오게 한다든지. 내가 너무 수용적이었다.


욕구에 의해서가 아닌, 결핍에 의해서다.


어렸을 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그 결핍을 프로필 사진에서 충족시키려고 한다.

스스로 이러한 깨달음을 얻으니 전율이 느껴진다.

그렇게 번뇌에 휩싸인채, 그러나 그 번뇌를 글로 남기며 직면하고 오후가 되니 거짓말 같이 평온함이 찾아왔다.


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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