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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23. 2023

지누키 결혼식, 단우와 만남, 아내와 대화

23.07.23.일요일

오늘도 9시 좀 넘어 눈을 떴다! 너무 기분 좋은 변화다. 어제 12시가 채 되기 전에 바로 뻗어버려서였던걸까? 아무튼 9시 좀 넘어 일어나서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매우 뿌듯했다. 컴퓨터를 켜서 어제 미처 쓰지 못한 일기를 쓴 다음, OneNote를 켜서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자료들을 정리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 나름의 기준대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OneNote에 나의 경험은 물론, 책에서 읽은 내용 혹은 유튜브에서 본 내용 등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들은 모조리 수집하려고 한다. 그런데 수집에만 그치면 나중에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나의 입맛에 맞게 재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우선 그 자료들을 내가 궁극적으로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에 맞게 정리하는 방법이 정해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고민만 하다가 끝났던 것 같다. 오후에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누키가 결혼하는 날이었는데, 결혼식을 거의 식당에 앉아서 TV로만 봤다. 식당에서만 거의 1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결혼식을 다 보고 내가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한글을 가르쳤던 아이를 만나러 다녀왔다. 그 아이와 한번 관계를 맺은 뒤, 이렇게 주기적으로 얼굴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충만하다. 이번에는 아내도 함께 보러다녀왔다. 아이와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 뒤, 아이가 자기 집으로 우릴 초대했다.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글 수업을 그 아이의 방에서 했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아이는 구태여 우리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집에 가서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시켜준 뒤에도, "또 뭐 보여줄 거 없나?" 하면서 계속해서 구경거리를 찾아다닌다. 이젠 우리도 가야할 때가 되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가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계속해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마, 우리가 떠나는 것이 그만큼 아쉬운가보다. 오늘은 그 아이의 생일이었고, 어제 나와 아내는 교보문고에 가서 아이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라고 하는 이야기책이다. 예전에 그 이야기를 읽었을 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던 그런 이야기였다. 그러나 어제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책을 집어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음미하며 읽었을 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야 말았다. 아낌없이 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가!!! 그 어려움만큼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샘이 자극된 것이다. 그 가치가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책을 집어들었다.

아이의 생일인 오늘, 아이의 아빠와 엄마 모두 일하러 나가느라 집을 비웠다. 오직 할머니만 집에 남아 아이를 돌봐주고 계셨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 생일. 외로웠을 것이다. 간만에 아이를 보러온 나를 쉽게 보내주지 못한 건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집에 오는 길에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나는 종종 질문을 받는다. 아내와 결혼한 이후에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그리고 때때로 목격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남자들을. 그런데 내 기준에서 그것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이다. 왜냐 하면,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란, 정말 말 그대로 그 무엇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인데, 아내와 함께 있을 때 오히려 그런 관찰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내는 내가 나 자신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촉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할 때 더 나답게 된다. 그런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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