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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Jun 09. 2020

전공 선택의 기준 하나,  '근원적 체험'

2부, 내가 사회복지에 발을 담그게 된 이유

2부

내가 사회복지에 발을 담그게 된 이유          


1부에서는 처음 사회복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사회복지의 현실과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 어떤 사건들과 이유들 때문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하려고 한다. 부끄럽기도 하고 부족하겠지만 이 기록을 통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진로 선택의 도움과 사회복지를 공부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1장. 전공 선택의 기준 하나, '근원적 체험'

 

“가난은 단순한 물질적인 부족이 아니라 한 생명으로 하여금 ‘너는 아무런 기회가 없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아이 안에 있는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으로 아름답게 펼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래서 너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미래도 없고 그냥 여기 있는 쓰레기들과 같은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될 거야라고 그 심령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서정인 한국컴패션 대표 강연 中-     


 재수를 하며 힘겨운 하루를 버텨나가던 2013년 7월의 어느 날, 점심을 혼자 먹다가 우연히 ‘세바시’ 컴패션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컴패션은 미국인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1952년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비영리단체이다. 서정인 대표님은 이 단체가 2003년 처음으로 한국에서 후원국으로서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모금 홍보자료를 위해 필리핀의 한 마을에 갔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들 사이를 오가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 명랑함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눈망울 대신 아무런 희망 없이 삶을 연명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가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 컴페션 서정인 대표


 밥 먹는 와중에 계속 눈물이 나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집에 부모님이 안 계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종류의 뜨거운 눈물이었다. 눈물에는 따듯한 슬픔도 있었지만 동시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겪어야 할 이런 상황 대한 뜨거운 분노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저 이렇게 울고 있는 것 밖에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물론 이전에도 가난하고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심으로 그 상황이 가슴 절절하게 피부로, 눈물로, 심장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누구는 좋은 나라와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아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누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희망을 품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시에 재수를 하며 우울증도 겪고 있었는데 그 우울증조차도 어찌 보면 그들에 비하면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눈물을 흘리며 ‘힘든 현실과 상황에서 스스로는 벗어날 기회가 없는 약자들을 돕는 일에 인생을 바친다면 나의 삶은 후회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다 본 후 내 방으로 들어가서 노트에 ‘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날 결심한 내용들을 적어놨던 그 날이 기억난다.      


 2부의 첫 시작을 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이 사건이 나의 ‘근원적 체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원적 체험’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 책을 쓴 김정태 작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슴 깊이 남아 있는 체험, 즉 ‘근원적 체험’을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추천한다. 아무리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조용히 과거를 회상해보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경험이지만 유독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 경험을 붙잡아야 한다. 왜 내가 그 상황에서 불편함을, 슬픔을, 행복을, 짜릿함을 느낀 것인가. 꼭 거창하고 있어 보이는 사건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내 경우 그냥 평소처럼 TV를 보던 것이었는데 그게 나를 이렇게 사로잡을지 몰랐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려는 사람이라면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해 본 것은 아니나 여러 현장을 둘러보고 실습, 인턴을 통해 겪어본 바에 따르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신입 사회복지사 평균 이직 기간이 1년 반이라고 하니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을 하게 되면 번아웃의 기간이 찾아올 때가 분명 올 것이다. 그때 흔들리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근원적 체험’에서 찾은 ‘가치’를 가슴속에 품어야 한다.      


 물론 한 번의 ‘근원적 체험’이 모든 삶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제와 똑같이 오늘을 살지 말고 촉수를 세워 자신의 ‘근원적 체험’을 찾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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