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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Jul 10. 2020

나는 어떤 대상과 잘 어울리는가 '봉사활동 '2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2-2장. 나는 어떤 대상과 잘 어울리는가 '봉사활동' 2


# 봉사를 하며 찾은 대상과 분야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학교를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랑의 마라톤’, ‘태국 아웃리치 및 문화자원봉사’, ‘Wee 센터 정서지원 멘토링’, ‘지역아동센터 문화·정서 지원 멘토링’, ‘연탄은행 자원봉사’, ‘어르신 마을 잔치 봉사’, ‘주간보호센터 운동지도 봉사‘ 등의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회복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적성과 성향에 맞는 대상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 첫 봉사활동 ‘사랑의 마라톤’

 첫 봉사활동은 1학년 첫 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하게 된 ‘사랑의 마라톤’이었다. 모교에서는 1년에 1번 장애인과 함께 하는 마라톤 행사를 진행한다. ‘사랑의 마라톤’은 학교가 속해 있는 포항지역의 여러 장애인단체와 협력하여 장애인과 학교 학생들을 1대 2로 짝을 지어 함께 달리고 공연과 부스 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축제이다. 전반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 운영기획팀에 지원했었다. 운영기획팀 안에서 ‘부스’ 담당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사랑의 마라톤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 중에서 ‘장애 인식 퀴즈 부스’, ‘장애인 생산품 전시 판매 부스’ 등 부스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일을 맡았다. 30명이 넘는 스태프들과 200명이 넘는 도우미들이 함께하는 큰 행사에서 일하며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2014 포항 사랑의 마라톤. 출처 : 사랑의 마라톤 페이스북


2014 포항 사랑의 마라톤. 출처 : 사랑의 마라톤 페이스북

직접적으로 장애인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행사를 준비할 기회는 거의 없어 아쉬웠지만 그 대신 부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서와 계획서를 작성하고 그에 맞춰 마라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영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기획을 하느냐에 따라 행사의 방향성과 참여자들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직접 대상자와 만나서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가며 일을 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사회복지다.

 이후 대상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봉사활동들을 하게 되었다. 지역사회복지론 수업을 들을 때였다. 수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실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지역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한 목사님을 알게 되었다. 목사님은 바닷가 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시며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연탄은행을 운영하고 계셨다. 6명 정도의 팀을 이루어 연탄은행 자원봉사와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한 동네잔치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었다. 연탄도 나눠드리고 경로당에 찾아가서 음식도 드리고 마사지도 해드리고 고구마 수확도 도와드리며 4개월 동안 매주 찾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니 ‘손녀, 손자 같은 학생들~’ 하고 반가워해주시고 고마워해 주셨다.      

        

고구마 캐기. 출처 : 저자 개인 소장
경로당 방문. 출처 : 저자 개인 소장

 경로당에 찾아갈 때 종종 푸드 뱅크로 받아 온 빵과 케이크 등의 음식을 목사님께 받아서 가져갔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께서 ‘뭐 이런 걸 가져왔느냐’고 하시면서 드셨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어르신들께서도 우리가 온다고 미리 고구마를 쪄서 준비해 놓으셨다가 우리에게 주시고 하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받는 것이 조금 부담되고 괜히 우리 때문에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이 되시지 않을까 해서 거절도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대접하고 싶으신 마음을 거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오히려 그렇게 주시는 것을 감사하게 받는 것이 어르신들이 어르신 되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러니 어르신들이 기뻐하셨다. 다음에는 국수를 쪄 줄 테니 오라고 하셨다. 4개월간의 활동 결과물로써 동아리와 가수를 초청해서 마을 잔치 행사를 진행했지만 기억에 더 남는 것은 어르신들과 주고받았던 ‘정’이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이기 이전에 함께하는 마을 주민으로, 동네 청년으로 받아주셔서 가슴 푸근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사회복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복지라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서 사회복지는 단순히 ‘서비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가슴 뛰는 대상 ‘청소년’

 연탄은행뿐 아니라 다른 여러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상을 만나는 경험들을 하며 나에게 맞는 대상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밀알주간보호센터에서 지적장애인들과 탁구, 미니 배드민턴을 치고 한글 공부 도우미 등을 하는 봉사활동을 했고 1학년 때 스태프로 참여했었던 ‘사랑의 마라톤’에 도우미로 참여해서 직접 발달장애 청년과 마라톤을 뛰고, 부스 활동에 참여하고, 공연도 함께 보는 경험을 하며 ‘장애인’들과 만나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더 다양한 대상들을 만나기 위해 ‘아동·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 사회봉사도 했다. Wee센터에서 정서지원 멘토링으로 중학생 청소년을 만나 매주 이야기하고 문화활동도 같이 나갔던 경험, 워십 선교 동아리에서 태국에 가서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공연하고 청소년들과 만나 힘들게 소통하기도 한 경험, 모교인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독서캠프’에서 선생님으로 지원해 초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쳤던 경험들을 가졌다.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노인, 장애인, 아동, 청소년 등의 대상들을 만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모든 대상을 만날 수는 없다. 그리고 봉사를 통해 대상자를 만난 경험을 가지고 그 대상을 모두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대상들을 만나려 노력했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대상은 누구일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것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 볼 수 있는 사람들로 적합한 대상은 청소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며 내 안에서 ‘어떤 것을 하면 이 친구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고 활동하는 것이 내게는 조금 더 가슴 뛰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복지에 대한 공부와 나에게 맞는 대상이 누구인지 고민하며 한걸음 더 나아갔던 경험이 있다.     


# 봉사활동 시작, 'VMS'와 ‘1365자원봉사포털’에서

앞서 통계, 다른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며 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갔으리라고 본다. 그럼 이제부터는 봉사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학교마다 필수로 해야 하는 봉사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복지학과가 있는 대학교마다 ‘봉사활동’에 대한 규정들이 다 다르다. 어떤 학교에서는 필수 봉사활동이 있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필수로 채워야 하는 봉사활동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사회봉사활동’으로 2학기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 했었다. 그러나 따로 사회복지전공이라서 해야 하는 봉사활동은 없었다. 많은 학교에서 보통 사회복지 학부생에게 15~50시간 정도의 봉사활동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봉사활동은 학교 필수 커리큘럼이기 때문에 우선 학교와 연계되어 있는 기관들 중에서 자신이 관심이 있었던 기관, 대상을 찾아서 하면 된다. 그런데 봉사활동에 나가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인증관리이다.    

VMS 홈페이지

 자원봉사인증관리는 전국의 자원봉사단체·기관 상호 간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해 자원봉사자의 봉사실적을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누적 관리하고 봉사실적에 대한 인정 및 보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제도이다. 인터넷에 ’VMS‘ 또는 ’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라고 검색하면 사이트가 나온다. 가입을 하면 봉사활동 지역과 분야 등을 선정하여 사회복지 관련 분야 봉사활동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또는 알아보고 싶은 분야의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기관에서 봉사를 한 이후 보통 자동으로 봉사 이력이 저장되는데 한 번씩 기관의 담당자에게 봉사시간이 잘 올라갔는지 확인하면 혹시나 나중에 번거로운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봉사를 하고 시간을 체계에 올리게 되면 봉사활동의 횟수와 시간이 ’ 봉사실적‘으로 저장이 된다. 봉사실적은 차후에 실적 인증서 발급을 통해 취업에 사용할 수 있고 우수자원봉사자 표창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자원봉사자 배지 수여 등의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중고등학생 때 봉사활동을 했었던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1365자원봉사포털’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사이트로 ‘VMS’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관리를 하는데 ‘VMS‘가 주로 사회복지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을 다룬다면 ’1365자원봉사포털‘에서는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의 자원봉사를 다루고 있다. 만약 공공기관에서의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서 봉사기관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VMS’와 ‘1365자원봉사포털’에서 봉사를 각각 진행한 기록이 있다면 연동을 할 수 있다. 몇 가지 정보제공 동의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연동이 가능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1365 자원봉사포털 홈페이지


# 봉사활동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앞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어떻게 기관을 찾아서 행정적인 부분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이번에는 봉사활동할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아보려 한다. 이 부분은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하고 성찰해봐야 할 ‘방향성’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려 하니 생각하며 읽어주기 바란다.


봉사활동은 되도록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하기를 권한다. 

자신이 주로 다니는 지역, 동네 안에서 봉사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봉사가 특별한 시혜 활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내가 일상에서 마주칠 일이 전혀 없는 장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봉사한 장소는 낮은 곳이 되기 쉽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높은 곳이 되기 쉽다. 연말이나 명절 때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 고아원이나 노인정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봉사를 하는 정치인들이 한 번 가서 봉사하면 외면적으로는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으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초라해지기 쉽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연히 사는 동네에서 마주쳐서 ‘지난번에 고마웠다고 다음에는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말하라’고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생활 반경에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이 아니라면 잘하면 다행이지만 많은 경우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사회복지가 오히려 사회를 분리하는 모습을 만들게 되기 쉽다. 남을 돕고 도움을 받는 것이 ‘일상의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 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봉사활동이 자신이 속한 지역 밖에 있을 경우가 있다. 때로는 다른 지역으로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라 봉사를 하게 되었을 때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봉사를 할 때 만나는 사람들을 ‘대상자’로 여기지 말고 ‘당사자’로 여기기를 권한다. 이것이 어떤 차이일까? 우리가 ‘대상자’라고 여기게 되면 그 사람은 봉사를 받는 대상으로서 수동적이고 우리가 도울 때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물어볼 필요가 없어진다. 그 사람의 생각, 취향은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상자는 소외되기 쉽다. 그러나 ‘당사자’라고 생각하고 다가가면 우리는 그 사람을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동등하게 의견을 나누고 그 사람이 부족해 할 수 없는 부분만 거들어 줄 수 있게 된다. 도움을 주면서 자존감을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같은 봉사를 하더라도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기를 권한다.


지금까지 봉사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사회복지 전공생에게 봉사활동이 필수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까지 이야기했다. 이렇게 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봉사활동을 한다면 분명 자신에게 맞는 대상과 분야, 그리고 운이 좋다면 앞으로 일하고 싶은 기관까지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여기가 끝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봉사활동 만으로 쌓을 수 없는 실력을 기르기 위한 다른 과정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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