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색깔을 만들어라 '동아리·학회'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1장.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라, '동아리, 학회'
위 2장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나에게 맞는 대상과 분야를 찾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다양한 사람들과 분야를 경험해 보며 내가 장애인 분야가 맞는지, 청소년 분야가 맞는지, 노인 분야가 맞는지 알아봤다면 이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해서 경험을 쌓고 자신 만의 색깔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3장에서는 그 방법으로 ‘동아리’, ‘그리고 '학회' 활동을 권하려 한다.
# 덕후의 시대
지금은 바야흐로 ‘덕후의 시대’가 되었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이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덕질을 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관하여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시간과 돈을 들여 자신의 문화를 구축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덕후’가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개방’에 있다고 본다. 자기 방안에만 갇혀 마이너한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했던 것이 어제의 덕후의 문화라면 오늘의 덕후 문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밖으로 꺼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고 온라인 안에서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모임을 만들고 행사를 만들고 그리하여 마이너의 문화를 하나의 선택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덕후들이 모두 ‘성공한 덕후’ 곧 ‘성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덕후들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것에 꾸준히 집중해서 ‘진짜 실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그것이 사회적인 관심과 맞아 경제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게 된다. 자신만의 브랜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동아리, 학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덕후 이야기를 하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 덕질과 동아리·학회
사실 이런 ‘덕후’ 문화가 별게 아니다. 이번 장의 주제인 ‘동아리’와 ‘학회’가 사실 ‘덕질’이다. 동아리란 무엇인가? 초록창에 검색하니 동아리는 ‘같은 목적으로 한패를 이룬 무리’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더 많이 경험하고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조직을 이루어 활동하는 일이다. ‘학회’ 또한 좋아하는 학문 분야를 함께 공부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이런 동아리와 학회를 다른 말로 하면 ‘집단으로 덕질을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 하겠다. 이렇게 해석하니 조금 이상한가? 물론 완벽하게 일치가 되는 것은 아니나 원론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가? 자신이 진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혹은 대상에 시간과 돈을 들여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덕후 문화가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변하게 된 데에는 ‘개방’, ‘공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말하고 있는 동아리나 학회가 바로 이 좋은 덕후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덕후의 시대’에 대학가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부분 ‘취업’ 때문이라 생각한다. 취업에 도움이 될 스펙을 쌓기 위해, 자신이 진짜 관심 있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토익, 자격증, 학점, 인턴, 해외연수 등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대학생의 현실이다. 또한 동아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동아리 중에서도 취업 동아리, 투자 동아리 등 일부 동아리로 인기가 몰리고 있다.
이런 스펙들을 쌓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학력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스펙은 있다. 그런데 이전 장에서도 봤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스펙들과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를 잊고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시간과 돈과 열정을 별로 필요 없는 데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 동아리와 학회를 해야 하는 이유 3가지
동아리나 학회가 영어점수, 학점, 자격증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이 시점에 동아리나 학회를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을 이어가 보자.
첫 번째는, 관심은 기회와 사람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중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중력은 중량이 큰 물질이 주변의 상대적으로 작은 중량을 가진 물질들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뜻하는 과학 용어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도 이 중력 때문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물리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것, 사회적인 것에도 이러한 ‘중력’이 작용한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가지고 밖으로 표현을 하면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세상의 한쪽이 자신에게도 다가온다.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만나 정보를 교류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승승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만약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대상이 어르신들이라면 어르신들을 더 만날 수 있는 동이리나 학회에 들어가라. 그 대상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 틈 사이로 들어가라. 그러면 1차원적인 관심과 애정을 넘어서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노인들이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도적으로 부족한 것은 어느 것이 있고 자신의 어떤 점이 그 대상을 만날 때 장점이 되고 단점이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는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분야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공부하고 시간을 나눈 사람들은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 나갔을 때 소중한 동료가 될 것이다. 힘들 때는 힘든 것을 기쁠 때는 기쁜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관심이 있어서 들어가려 하는 동아리가 사회복지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다. 공연 동아리나 운동 동아리, 문학 동아리, 뭐든 좋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좋다. 4학년 때 실습을 하면서 종합사회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가수를 한때 꿈꾸시다가 사회복지사가 되었다고 하셨는데 복지관에 입사를 해서 처음으로 맡게 된 일이 어르신들 노래교실이었다고 하셨다. 덕분에 복지 일을 하면서 노래도 신나게 부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일하셨다고 하셨다. 다른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셔서 복지관에서 일하시면서 지역사회에서 독서모임을 맡으셔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받아도 되나’하실 정도로 즐겁게 일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회복지기관에 들어가서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일이 생기거나 본래 있던 일의 담당자가 변경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자신이 평소에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역량이 있을 경우 그 일을 가져오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회복지사를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동아리나 학회활동을 통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된다면 그 분야에서는 스페셜리스트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사로서 기관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에 더 집중하기 위해 사회복지적인 방식으로 공연, 행사를 하는 이벤트 기획 컨설팅 전문회사를 만들어서 하시고 계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계시고 영상에 흥미와 재능을 가지셔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홍보팀, 복지 TV 등 영상으로 복지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계신다. 그러니 사회복지라는 분야를 현재 존재하고 있는 기관에 한정 지어 생각 하지 말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보자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세 번째는 학교 수업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번째 이유는 특히 학회와 관련해서 꼽은 이유이다. 사회복지는 이전 장에서 말했듯이 여러 분야와 대상이 있다. 그런데 그에 비해 학교 수업으로 각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적다. 계산해보자. 보통 전공수업은 3학점인데 3학점 수업은 일주일에 1시간 30분씩 2회, 3시간을 들어야 한다. 한 학기에 보통 시험시간을 빼고 14주 정도 수업을 듣는다고 했을 때, 한 과목당 42시간 정도를 수업을 듣게 된다. 과제를 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고 하면 한 과목을 수강하는데 50~60시간 정도로 대략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한 학기 동안 한 과목을 수업을 통해서 공부하는데 이 정도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냥 단순히 교양과목이나 아니면 관심 없는 분야의 필수과목 이수를 위해서 듣는 것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만약 자신이 관심 있고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라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50~60시간이면 작정하고 공부하면 일주일이면 할 수 있는 공부량이다. 하루 8시간 공부한다고 하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이면 56시간이다. 일주일 동안 공부할 양을 가지고 과연 그 분야에 대해 공부했다고 할 수 있을까? NO!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수업을 또 들어야 할까? 학교마다 재이수를 할 수 있는 기준 학점이 다르겠지만 보통 C+이하 점수를 받아야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다.(제발 그렇지 말길) 재이수를 할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제대로 수업을 안 듣고 과제도 제대로 안 했다는 것이니 50~60시간을 공부했다고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니 100시간 이상 공부했다고 하지 말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상할 수 있듯이 학회활동이 필요하다. 학회에서는 보통 특정 분야를 집중해서 공부하고 그에 관련된 경험을 한다. 보통 최소 2학기 이상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니 수업을 들으며 공부했던 시간의 배 이상을 들여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면 자신의 관심 분야, 이해 수준과 상관없이 교과서의 차례대로 공부하지만 학회 활동을 하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리서치를 하고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밀도 있게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사회복지전공을 하는 학생에게 학회를 추천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