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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Sep 19. 2020

실습 면접 후기 '저희랑 어떻게 놀아주실 건가요?'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4-5장. 일하고 싶은 곳으로 찾아가라 '사회복지 실습' [실습 면접 후기 '저희랑 어떻게 놀아주실 건가요?']


지금까지 실습기관을 찾고 선정하고 지원하기까지를 이야기했다. 이번 장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한 곳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일해보고 싶은 기관 두 곳을 정해서 지원했고 실습 면접을 봤다. 한 곳은 강남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복지관이었고 실습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1대 1의 면접을 봤다. 다른 한 곳은 관악구에 있는 복지관으로 면접이 조금 특별하게 진행되었다. 실습을 하게 되면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될 아동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석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접을 본 복지관에서 모두 합격을 했고 두 기관 중에서 내가 실습을 할 기관을 선택해야 했다. 두 기관 모두 아주 좋은 기관이었다. 각각의 기관이 가진 특색이 뚜렷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두 번째로 면접을 보러 간 기관에서 실습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역은 00000 아파트 종점 정류장입니다.’

“연정아 다 왔다. 내려야겠다.”


‘삑’ ’탁, 탁, 탁’

동행한 연정이와 함께 버스카드를 찍고 빠르게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 오른편에 ‘00000 아파트’라고 쓰인 아파트 단지가 보여 당연히 그쪽에 복지관이 있을 줄 알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저 건물인가? 아닌데?” “어디지?”

앞장서 자기가 복지관을 찾아주겠다고 했던 연정이가 헤맸다. 네이버 지도를 꺼내 다시 위치를 확인했다.


“완전 반대쪽으로 왔네.”

다시 발걸음을 옮겨 버스에서 내렸던 정류장으로 되돌아갔다. 길 건너편을 보니 내리막길을 따라 작은 골목길이 있었다.


“여기라고? 와, 여긴 갑자기 동네 분위기가 확 달리지네.”

길을 따라 내려가니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연립주택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나왔다.


“야....... 여긴 지진 한 번 나면 무너질 것 같은데.”

마을을 보고 있는데 작년 포항 지진으로 무너진 집들과 상태가 비슷해 불현듯 생각났다. 길을 따라 세워져 있는 건물들을 보는데 족히 수십 년은 되어 보였다. 창틀에 X모양으로 박스 테이프가 붙여져 있는 집들, 검게 녹이 쓴 현관문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주변의 건물들과 비슷한 색을 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복지관이 나왔다.


첫인상은 솔직한 심정으로 그 전날에 실습 면접으로 가봤던 복지관과 비교가 되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장식된 6층의 건물에 지하 1층에는 깔끔한 카페도 있고 1층에는 커다란 도서관에 4층에는 스테인리스로 장식된 예배당과 엘리베이터까지 잘 구비된 복지관을 보고 나니 오늘 면접을 보러 온 복지관의 모습이 살짝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일찍 복지관에 도착해 건물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 있었다. 잠시 쉬고 있는데 복지관 안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깔깔 대며 뛰어나와 복지관 앞을 지나쳐 우리가 앉아 있던 평상 쪽으로 달려왔다.

“선생님 남편이에요?”

“응? 아니~”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연정이에게 이렇게 묻고는 대답도 채 듣지 않고 뭐가 그리 신났는지 우르르 복지관 뒤편 공터 쪽으로 달려갔다.


“여기, 할머니네 집에 온 것 같다. 서울 같지 않고 시골 동네로 놀러 온 거 같다”

“그러게, 갑자기 놀러 온 것 같네. 평상도 시원해서 누워서 자고 싶다.”


잠시 뒤 복지관 안에 들어가 내부 구경을 했다. 동네 아이들로 보이는 초등학생들 여러 명이 보였고 지역 주민인지 선생님인지 분간이 안 되는 몇 분의 성인들도 보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복지관에서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을 알리는 포스터와 복지관 직원들의 사진이 걸린 벽면이 보였다. 건물들을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 건물만 보면 여느 복지관과 다름없는 평범한 복지관처럼 보였다.


“아 이제 가야겠다.”

세종시에서부터 모임을 하러 서울로 올라왔던 연정이가 버스 시간이 되어 가야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주고 다시 복지관에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니 실습담당 선생님께서 복지관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셨다.


“동현 선생님, 안에 대기실 가서 기다려 줘요. 50분부터 면접 볼 거예요.”

토요일임에도 선생님께서는 바빠 보이셨다. 아까 복지관을 둘러볼 때도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계셨다. 발로 뛰는 사회사업가.


면접 대기실로 보이는 방을 찾아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들 몇 명과 테이블에 앉아있는 실습 지원자들이 보였다. 여자 2명에 남자 1명. 처음 봤을 때는 실습생인지 모르고 준비를 도와주는 학생들인 줄 알았다. 대기실로 들어가려고 신발을 벗고 있는데 갑자기.

“뭐 드실래요?”


고개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 보이는 눈이 똘망똘망한 남자아이가 색연필로 꾸민 메뉴판을 가지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메뉴판에는 녹차, 블랙커피,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마지막 메뉴가 있었다.

“흠…… 저는 블랙커피로 주세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숙련된 아르바이트생처럼 주문을 받더니 밖으로 나가 잠시 뒤 하얀 잔에 커피를 담아 왔다. 오늘의 면접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는 느낌이 물씬 나서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자리에 앉았다.

“초면에 좀 그렇지만, 새콤달콤 어떤 맛 드실래요?”

“네? 아, 저 복숭아 맛이요.”

대각선에 앉아 있던 실습 지원자 한 명이 불쑥 말을 걸었다. 고마웠다.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사업 잘해보겠다고 이곳까지 온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갔다. 옷도 다들 흰색에 검은색, 모나미 룩으로 입고 와서 마치 회사에 면접 온 신입사원들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사업에 지원했는지 물어보았다. 다들 면접을 앞두고 많이 긴장한 것 같았다.

 

“박동현 선생님 들어오세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와서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따라 들어가니 작은 방에 긴 테이블이 있고 그 뒤로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친구들 4명이 앉아있었다.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박동현 선생님. 앞에 앉으시고 자기 소개해주세요”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여러 질문이 오갔다.

“어디서 오셨어요?” “과학 좋아하세요?” “우리 기관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시나요?” “저희랑 어떻게 놀아주실 건가요?”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도 여럿 있었다. 과학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래도 차분히 웃으면서 대답해 주려 노력했다.



어린이 당사자 면접 중


질문에 대해 답하는 내내 면접관 아이들이 참 귀해 보였다. 이 면접 질문을 정하기 위해 함께 모여서 내가 쓴 지원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들을 정리했을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이들에게는 이 면접이 또 하나의 재미있고 진지한 놀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이 과정 자체가 이 아이들에게는 큰 경험과 배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편해문 선생님이 쓴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이 있다. 지금 이 시대는 아이들로부터 놀이를 빼앗아 갔다. 함께 놀 아이들, 함께 놀 공간, 함께 놀 놀이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것들을 아이들에게로 되돌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관에서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면접이 아니라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10여분이나 됐을까? 준비했던 질문들이 끝나자 아이들이 서로서로를 보며 더 할 질문이 없는지 다 들리게 귓속말로 이야기를 하더니

“이제 면접 끝났어요.”

“네 그럼 나가 있으면 될까요? 수고했어요.”


면접을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가서 앉아있었다. 곧이어 다른 실습 지원자들도 면접을 마치고 돌아왔다. 다들 처음 경험하는 아동 당사자 면접이라 그런지 살짝 당황하고 또 후련한 듯한 표정이었다.

“뭐라고 열심히 이야기하기는 했는데 아, 모르겠어요.”


먼저 면접이 끝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까 음료수를 가져다주었던 초등학생 친구가 자기 얼굴만 한 큰 접시에 방울토마토, 파인애플, 바나나를 담아 가지고 왔다.

“고마워요. 같이 먹을래요?”

“아니요. 이건 선생님들 것이에요.”

참 어른스러웠다.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모든 실습 지원자들의 면접이 끝나고 실습담당 선생님과 함께 이번 실습에 대한 질문과 또 사회복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실습생들의 질문들을 듣는데 다들 열정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 방학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동네에 있는 벽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선생님께서도 우리가 하는 질문에 성심성의 솔직하게 답변해주셨다. 정말 현실적인 부분부터 사회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어휴, 이번에 실습생들 지원서에 사진들 보고 걱정했는데 다들 사진보다 훨씬 낫네요. 사진도 잘 골라야 해요. 최소한 실물보다 못하게 나온 사진은 올리면 안 되지. 다들 이렇게 보니까 훨씬 낫네, 이번 실습 기대가 되네요. 하하”


‘어디서 일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이 누구와 함께 하느냐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면접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열심히 사회복지 해보고자 하는 실습생들. 그리고 발로 뛰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있는 곳.     


면접이 끝나고 포항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뭐라고 실습기관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본 것이 전체가 아닌 부분이었겠지만. 기차 창문 너머로 빠르게 지나가는 서울의 모습을 보며 잠시 눈을 감는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건물, 동네의 모습이 아니라.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아보니 정겨운 사람살이를 만들어가는 복지관과 제대로 잘 사회복지 배워보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이 멀리까지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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