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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현 Sep 19. 2020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호모 쿵푸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을 요즘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책의 핵심 내용은 1만 시간으로 상징되는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전문가 수준의 탁월함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청년층(25~34세)중 7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대학을 진학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몇 시간이나 공부를 한  것일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도합으로 자그마치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부를 했다는 뜻이다. 대략 산술 계산을 해 보자. 하루 8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보고 1주일 중에서 평일날 만을 놓고 16년을 계산하면... 33280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1만 시간을 세배나 넘은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공부의 달인이 되었는가?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PISA)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중, 고등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상위권에 랭크된다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보면 다르다. 진짜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 이후의 경우, 노벨 상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딱 한 사람. 우리가 다 아는 김대중 전 대통령뿐이다. 노벨상을 제외하고서라도 세계적인 석학들 중에서 한국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도대체 그 수많은 공붓벌레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성충이 되지 못하고 다들 변태하다 그 딱딱한 껍데기 안에서 죽어 버린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정명(正名)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부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헛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미숙 씨가 쓴 '호모 쿵푸스'라는 책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오직 대학을 위해, 대학에 가서는 학점, 토익, 취업, 유학 등 아주 구체적인 실리가 눈앞에 있어야만 공부를 한다. 심하게 말하면, 그런 것과 무관한 공부 그 자체의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 시대는 성차별은 사라진 대신 경제적 가치 외에는 아무것도 사유하지 못하는 지적 주체들을 길러 내고 있는 것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 따위는 없다. 그저, 근대적 발명품인 학교가 주입시키는 똑같은 내용물들만을 공부의 대상으로써 여기며 외우고, 시험 치고, 경쟁하고 하는 것 밖에는 별생각이 없다.


물론 나라고 해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대안학교에서 나왔지만 돌이켜 보면 대안학교 또한 그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교 졸업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진짜 대안적인 삶에 대해 대안학교가 제안해 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학교에 온 지금도 보면, 학점과 스펙 관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나 자신을 보며 씁쓸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말한 '호모 쿵푸스'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무엇일까?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공부를 통해 지향해야 하는 바를 '자유에의 도정',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라고 한다.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학교 안에 갇혀 버린 공부라는 개념을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다. 공부를 버리자. 시험에 나오는 것은 의미 있고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필요 없다는 이 이분법적인 공부를 버리자. 독서는 그저 개인적 취미나 교양의 영역이고, 공부는 그것과 달리 구체적이고 실용적 지식을 배우는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공부를 버리자. 그리고 다시 공부를 보자.


공부라는 것은 우리를 얽매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는 도끼여야 한다. 타인의 욕망과 세상이 만들어 버린 삶의 굴레에 알게 모르게 굳어져 버린 나의 몸과 생각을 도끼로 내려쳐 진짜 나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도 아직 정확히 '공부'에 대해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수준임을 고백한다. 이제야 겨우 걸음마를 뗀 애송이일 뿐이다. 그러나,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 학점, 스펙, 취업에 매몰된 가짜 공부 말고, 진짜 공부를 하고 싶다.       




<호모 쿵푸스 / 고미숙>


참고 : '한국 OECD 국가 중 청년 대학 진학률 2위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009090100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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