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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Sep 26. 2020

세계화가 정말 좋은 것인지 의문을 갖는 당신을 위한 책

<『로컬의 미래』 헬레나 호지>


 년 전 일이다. 

지금은 책으로 나와 꽤나 유명해진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이동할 때가 있으면 종종 듣고는 했다. 학교를 휴학하고 한 학기 동안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출퇴근 시간이면 습관처럼 듣게 되었다. 어느 날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하루는 지대넓얕 경제 편으로 기억하는데 들으며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한 느낌의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먹고사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주류 경제학과 대안 경제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근로 소득과 투자 소득과 같은, 경제학도로서는 당연히 알아야 하지만 그 외의 대학생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되는, 그러나 앞으로 먹고살려면 알아야 하는 내용, 이 있었고 2부에서는 그때까지는 듣도 보지도 못한 '대안 경제학'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에른슈트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중심으로 대안 공동체들,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와 같은 꿈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공동체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정말 저런 것이 가능한가. 중간기술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설명하는데 하나같이 다른 의미로 '공상과학영화'를 듣는 느낌이었다. 찾아보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규모의 경제에 반하며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지역 규모에 알맞고 생태적인 기술들을 개발해내어 기계중심에서 인간중심의 기술들을 발명하고 전파하려고 노력했던 환경 운동가였다. 그러나 그의 이름과 사상은 그렇게까지 조명을 받거나 유명새를 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 책 '로컬의 미래'를 읽게 되었다. 책의 저자 '헬레나 호르베리 호지'의 이야기를 듣다가 아주 오랜만에 '에른슈트 슈마허'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아, 그 사람이 말했던 것들이 잊힌 것들이 아니라 맥을 타고 2020년 지금까지 지하수처럼 흐르고 있구나.' 물론 이 책의 단어들과 구체적인 방법들은 다른 부분이 있다. 그러나 결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들의 이야기들이 반갑고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것일까



두꺼운 아스팔트 길 위에서 살다 보면, 이 길이 원래 흙으로 이루어졌음을, 

그리고 지금도 이 길 아래에 흙이 있고 물이 흐른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세계화'라는 도로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는 이 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전환으로의 지역화에 대한 환경운동가의 통찰에 귀를 기울여보자. 


"오늘날의 세계화는 500년 전에 시작한 정복과 식민주의에 새로운 탈을 씌우고 계속 이어가는 착취에 불가하다. 세계화는 현재 전 세계로 더 깊숙이 침투해서 생태계, 지역과 지방 경제, 국가 경제를 빨아들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단일 글로벌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단일 글로벌 경제의 발판은 영원한 성장과 무시무시한 소비지상주의, 즉 기업 지배다. 21p"


이렇게 들으면 이 사람은 누군데 이렇게 세계화를 싫어하나 생각이 든다. 과연 이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는 조금 더 자세히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른바 '낙수효과',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는 미국의 경제정책에서 나온 개념이 있다. 법인세, 소득세를 지원해주어 기업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그로 인해 생기는 부의 성장이 곧 부의 분배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래 표를 보면 결코 경제 성장은 가정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현금성 보유자산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극명히 드러나게 되는 것은 부의 성장은 소수 기업의 거대화,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신자본주의는 효용성의 극대화,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에 대해 이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같은 지나친 무역으로 이득을 얻는 쪽은 거대 기업밖에 없다. 이러한 일이 전부 가능한 것은 효율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보조금과 눈먼 비용 때문이다. 29p"


실제로 수많은 기업이 지금까지의 위치까지 오기 위해서는 국가의 보조금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기업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 뉴스를 보면 2012년 삼성이 정부에서 직접 받은 보조금만 1684억이라고 한다. 



[단독] 삼성, 정부에서 직접 받은 돈만 한해 1684억 1위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22407.html#csidx9ef1505bd0ea8ce8af980a3a789f509  



물론, 세계에 나가보면 삼성, LG 같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국뽕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기업이 잘 나가는 것이랑 실제 나의 삶이랑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이다. 나한테 월급을 주는 것도, 공짜로 핸드폰을 주는 것도 아닌데. 문제는 이렇게 국가의 도움으로 커진 대기업들은 이제 껍질을 벗어버릴 준비를 하는 소라개처럼 국가를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세계화 탓에 북반구의 '부유한' 국가들조차 부채와 종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초국적 기업들은 점차 정부를 상대로 세율을 낮추고 보조금을 늘리지 않으면 공장을 '해외 이전'하겠다고 협박한다. 46p"



이제 기업은 국가의 정책들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로비를 하고 협박을 하며 이익 달성을 위해 국가를 주무른다.


몸이 커진 기업은 그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거대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영향령을 미칠 때 생기는 비용, 즉 인프라 시설 구축, 탄소배출 등 외부비용은 기업의 경제적 효용성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는 결국 모두 시민들이, 국가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또한 기업이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 정체성을 파괴한다


"저개발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서양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면서 지역의 전통과 생활 방식은 은근히 비하하는 미디어의 이미지 공격을 날마다 받는다. 도시는 세련된 곳이고 농촌은 낙후된 곳이라는 이미지, 수입한 가공식품과 공산품이 현지 생산품보다 우월하다는 이미지. 또는 중국의 어느 광고회사 중역의 말마따나 "수입품은 오지고, 국산품은 후지다"라는 메시지다. 59p"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를 보며 헬레나는 말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어느 식당에서 파는 생선은 불법으로 노예 노동자들을 고용한 태국에서 잡은 생선 인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파는 티셔츠는 열악한 환경에서 박봉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방글라데시의 공장에서 만든 옷인지도 모른다. 인도 중산층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기후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마치 팔이 길게 자란 사람이 제 손으로 하는 일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19p"


핵폭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핵폭탄을 발사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이보다 100배는 쉽다. 단절된다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예민함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그린피스의 뉴스를 보니 100년 만에 지구의 온도가 1도가량 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0.5도가 더 올라가면 지구의 온난화 속도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도 멈출 수 없는 지점을 지나게 된다고 한다. 


"한편으로 끝없는 성장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어 지금은 생물권 자체가 위협을 받는데도, 이자가 붙는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현 체제는 경제를 더 성장시켜서 더 이상 경제 위기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구조적인 당위성을 획득한다. 43p"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우리가 당연시 여기고 있는 세계화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일으키고 있는지 열변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던 세계화의 폐해들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 그녀는 새로운 움직임, 아니 어쩌면 에른스트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부터 시작된 운동을 누구보다 열심히 이어가고 있다.


"풀뿌리 운동과 정책 변화를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상향식 풀뿌리 차원에서 로컬의 수많은 기업은 현재 기본 수요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독점 기업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이러한 지역 사회 기반의 경제 구조는 사회와 경제 구조를 재편하여 자연과 인간의 기본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을 더 확대하려면 하향식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로컬로 돌려야 하고, 무역과 금융을 다시 규제해서 기업들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사회가 정한 규칙과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64p"


그녀의 운동의 핵심적인 움직임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 로컬 경제를 위한 무역 지침 : 앞으로 무역의 목적은 기업의 이윤과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잉여 생산물을 시장에 공급하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재화를 획득하는 것이어야 한다.


- 지역 기반의 금융 체계 확립 : 지역민이 연금 기금과 증권 교환을 통해서 지역 사회에 투자하는 길이 거의 막혀있는 구시대적인 규제를 철폐, 지역 사회의 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을 더 많이 지원하고 이용하면 훨씬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번영할 수 있다.


- 건전한 경제 지표 활용 : 국내총생산(GDP)에서 실질 진보 지표(GIP) 또는 국민 총 행복(GNH)으로 : GDP에는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비용과 이익을 계산해주지 않는다. 암, 범죄, 교통사고, 기름 유출에서 나가는 지출이 증가하면 GDP도 덩달아 오른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GDP에 들어가는 반면 가족이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것은 들어가지 않는다. 실질 진보 지표(GIP)는 기존의 지표에 중요한 경제, 환경, 사회 요소를 단일 체계에 넣어서 발전과 실패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국민 종행복(GNH)은 부탄에서 개발 된 대안지표이다.


- 편파적 세금의 개선 : 노동 집약적인 지속 가능한 소규모 생산에 소득세, 사회복지세, 근로소득세 등을 부과하는 편파적인 세금을 개선하여 자본집 약적, 에너지 집약적 기술을 사용하는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


- 재생 에너지의 분산 작업 : 에너지원을 최종 용도에 가까이 두면 전송망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원을 분산하면 지역 경제에서 돈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정치권력도 확실히 분산된다. 


- 시장과 공공장소에 투자 :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정부 자금의 일부를 사용하여 유럽의 거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 있었던 농부 직거래 장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거나 개선한다면 지역 상인과 장인들은 적은 자본으로도 상품을 팔 수 있을 것이다. 


- 로컬에 기반한 교육으로의 전환 : 지역에 맞는 농업과 건축, 적합한 기술 교육을 제공하면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생산 분권화가 더욱 진전할 수 있다. 


-지역 화폐와 지역 투자


-다품종 유기능 생산지의 확대


책의 구성을 보면 후반부 챕터의 '지역화'를 다루는 부분이 특이하다. 앞부분까지 '세계화'에 대한 부분을 설명식으로 해 놓았다면 뒷부분의 '지역화'에 대한 부분은 질문과 대답으로, 다시 말해 지역화에 대한 의문들과 그 의문들에 대한 그녀의 해답으로 정리해 놓았다. 얼마나 그동안 많은 질문을 받았겠는가. 위의 그녀의 주장들에 대해 책을 읽는 나도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질문들이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는 그중에서도 내가 가졌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변을 옮겨보겠다.


"모든 지역 사회가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기업이 독점하고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잘 잡자는 뜻이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오렌지나 아보카도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반경 80킬로미터 안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밀이나 쌀, 우유 같은 그들에게 필요한 기본 식량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입하지 말자는 것이다. 장거리 무역을 모두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화로 전환하면 불필요한 운송이 줄어들고 지역 사회뿐 아니라 국가 경제도 튼튼해지고 다양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종적으로 지역마다 다양성의 정도, 생산한 재화와 무역량이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65p"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싫어하는 말이 있다. 

"원래 그래."


원래 따위는 없다. 지금의 이 모습은 그 누군가의 선택, 그리고 나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이 선택이 투표권에 한정되어 있는 참정권이 아니라 나의 행동, 나의 소비, 나의 생활패턴, 그리고 더 나아가 단결된 시민운동까지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동참의 메시지를 들어보자.


"무너진 정치 구조 안에서 그저 새 후보를 뽑는 것만으로는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양하고 단결된 시민운동을 일으켜 체계적으로 지역화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규합해야 합니다. 세계화가 민주주의를 조롱한다는 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기업이 민주적 절차를 따르고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지역에 기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과연 그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으며 정말 기업은, 그리고 세계화는 나쁜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 더 공부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힘도 없는 한낱 20대 청춘이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무엇이 정말 진실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두렵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동하길 바랄 뿐이다.           


로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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