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 성찰 에세이 : Q. 나는 일상이 좋은가 일탈이 좋은가?
질문. 나는 일상이 좋은가? 일탈이 좋은가?
일상이 좋은가? 일탈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선뜻 어느 한쪽에 대한 선호도를 표하기가 쉽지 않다.
2020년 4월의 첫째 주를 보내고 있는 지금은 준 전시 상황이다. 중국 우환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천지를 통해 지금 이곳 대구를 관통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전 장병들의 휴가, 외출, 외박이 통제되어버렸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다니던 배드민턴장도 예방차원에서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했고 부대 근처 카페에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 코로나 업무로 인해 야근을 하느라 나의 개인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가족을 보러 갈 수도 친구들을 맘껏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상을 빼앗겨 버렸다.
함께 일하는 부사관, 장교들도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메르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는 초유의 사태라고 한다. 눈 앞이 깜깜하다.
이런 상황이 되어 보니 일상이 좋은가 일탈이 좋은가라는 질문은 나중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이 없으면 일탈은 없다. 우리가 일탈을 꿈꾸는 것도 이 일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나의 일상은 진짜 일상이었을까? 일상이라는 것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의미한다. 반복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고 예상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서 비타민과 유산균을 먹고 물을 한 컵 마시고 화장실에 가는 것, 퇴근 후 배드민턴을 치고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들이 내일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은 가능하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그 작은 일상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냐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의 일상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삶의 버팀목들이 견고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의 일상은 진짜 일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전역하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취업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부터가 고민이다. 전혀 일상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어떤 형태의 어떤 근로조건의 일을 하게 될지 미지의 것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정규직이 아닌 이상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황일 것이다. 그 상황에서 매일의 일상을 계획한다는 것은 말만 일상인 것이다.
최근 들어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나 단체에 속박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대로 일을 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자유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어제의 회사들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개인을 보호해 줄 수 없음을 깨달은 오늘의 불안정한 너와 내가 있다.
나는 일상이 좋은가? 일탈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까닭은 아직 나에게,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디 지금의 이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되고 나에게도 일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포항에 있는 '클래식 북스'에서 진행하는 ASK 에세이 쓰기 결과물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나는 세상으로 어떻게 나아갈까?'에 해당되는 질문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께서도 위 주제를 가지고 고민해 보시면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