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 성찰 에세이
Q.질문 -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꾸준히 살아있는데 ‘살아있음을 느끼는 때가 언제? ’라니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다. 이는 ‘살아있음’과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말해 그냥 살아있다고 해서 정말로 살아있는 것이 아님을, 그래서 정말 네가 누구인지 고민해보라고 하는 질문인 것 같다.
나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책을 보다가 문득,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문득, 친구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산책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보면 좋을지 종이에, 노트북 메모장에, 핸드폰 메모장에 적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것들이 이루어지면 어떨지 상상하며 혼자 히죽히죽 웃어보기도 한다. 지금도 내 에버노트 속에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깨어나길 기다리며 잠들고 있다. 삶이 힘들 때 한 번씩 이 아이디어 메모들을 뒤적여 보면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나는 정리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정리한다는 것은 곧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미래에 대한 것이든, 정리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넓고 넓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내 힘으로 그 불확실함을 확실함으로 만드는 것은 확실히 나에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 미래를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물리적인 것을 정리함으로 시작한다. 새로운 곳을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방 정리이다. 내가 있는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정리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몸은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깨끗하게 하고 나의 작은 세상이 정돈되고 앞으로 나아갈 삶이 보인다.
나는 자연에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집 앞에 있는 강가를 따라 걸을 때, 신나는 음악을 틀고 그 길을 따라 뛸 때, 아무도 없는 자연 한가운데서 바람을 따라 흐르는 풀들의 소리를 들을 때, 맑은 공기가 코를 통해 가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몸에 힘을 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스읍~후.
나는 기도를 하고 새로운 용기가 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친구와 싸우고 도저히 그 친구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기도를 하는 와중에 먼저 그 친구에게 가서 용서를 할 용기가 생길 때, 잘못한 것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기도를 하는데 솔직히 이야기하고 그 상황을 해쳐나갈 용기가 생길 때, 나 스스로는 하지 못했을 생각과 마음이 기도를 통해 생겨날 때 내가 믿는 신앙이 진짜임을 믿게 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타인의 고통을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삶에 아파할 여유도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앞에 있는 일을 처리하기 바빠 다른 사람의 힘들어하는 신음을 들어줄 마음의 빈자리가 없을 때 나는 내가 죽어있음을 느낀다. 반대로 내 가족의, 내 친구의, 내 동료의 힘듦을, 아픔을, 고통을 들어주고 함께 그 옆에서 울 수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군가 내게 자신의 꽁꽁 숨겨둔 마음을 열 때, ‘이건 다른 사람에게 처음으로 말하는 건데…’ 하며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말을 내게 해줄 때, 그것은 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을 나누어 주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줄 수 있을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살아있음을 느껴보니'진짜 내가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명한 철학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이 광활한 우주에 내동댕이쳐진 존재'일 수 있다.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우리에게 '넌 이것 때문에'태어났어 라고 말해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그 시간 속에서 '나'를 발견해가고 그 안에서 나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 당신은 살아있음을 느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