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복지사 박동현 Oct 04. 2020

실습 이야기 1 '내가 그리는 그림을 상상하라'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4-7장. 일하고 싶은 곳으로 찾아가라 '사회복지 실습' [내가 그리는 그림을 상상하라]


# 내가 그리는 그림을 상상하라


이제 진짜 사회복지실습이 시작된다. 실습은 분야에 따라서, 기관에 따라서, 슈퍼바이저에 따라서 그리고 순환 실습이냐 심화실습이냐에 따라서 다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다. 실습의 현장이 개별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기에 내가 조언을 해 주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 장에서는 조언이나 권하고 싶은 것 말고 내가 개인적으로 실습을 하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나눠보려고 한다.      


나의 실습은 앞서 나왔던 서울 관악구에 있는 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었고 실습 총시간은 실습 전 2박 3일의 연수와 실습 후 2박 3일의 평가 수료식까지 총 204시간으로 2018년 기준 실습인정 시간인 120시간을 훌쩍 넘겼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렇게 길게 실습을 할 필요가 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게 실습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복지관의 여러 업무를 경험하는 순환 실습이 아닌 지역조직화팀 안에서 한 가지의 사업을 맡아서 기획부터 진행, 평가까지 진행하는 심화실습을 했다. 덕분에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통해 각 단계별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 더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가 실습으로 배운 첫 번째는 바로 ‘나의 그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실습으로 맡은 활동은 ‘일상생활기술학교’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을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직접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실습 때도 기관에서 진행했었던 프로그램으로 전반적인 과정은 동일했다. 다른 점은 배우는 기술들을 여름이었던 실습 기간의 특성에 맞춰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전반적인 콘셉트와 아이들과 배워볼 기술들은 실습에 앞서 2박 3일의 연수 때 기획을 했다.      


동현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이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동현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질문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이걸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하는 질문이 아닌, 동현 선생님이 사회사업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이상이 궁금합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왜 그것을 추구하는지가 궁금합니다.’
- 실습일지 ‘실습지도자 평가’ 中 일부 발췌-     


위 내용은 실습 1주 차 중 첫 번째 날의 실습 일지에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써주신 내용이다. 사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실습생이 실습을 하러 온 이유는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 실천 방식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 나의 이상이 아니라 기관의 생각, 기관의 방식을 배우러 왔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활동을 잘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나의 생각’, ‘나의 이상’을 물어보셨다. ‘아니, 주어진 순서대로 활동을 하면 되는 거지 나의 이상이나 생각이 왜 중요한 건가?’하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여쭈었다. 그런 것들이 왜 중요한지.     


“자기 활동의 이상이나 그 활동을 해서 만들어지게 될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끌어 가면 좋을지에 대한 구상이 없으면 일을 하면서도 힘들기만 하지 가슴 뛰지 않아요. 활동을 그냥 하는 것보다 가장 먼저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면 좋을지 생각해봐요.”     


약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실습을 시작하고 ‘일상생활기술학교’ 활동을 준비하며 사실 나에겐 설렘과 떨림이 없었다. 주어진 과제와 실습 일정들을 잘 소화해내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내가 맡은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져 갈 아이들과 마을의 이야기가 기대되고 기다려지지는 않았다. 내가 처음 사회복지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그 감정,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으면 먼저 공부를 해요. 관련된 책을 읽고 이 활동이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정리해봐요.”


선생님께서는 활동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추천해주셨다. 활동 준비를 잠시 내려놓고 책을 읽었다. 세대 간의 단절과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공부를 하며 이를 토대로 활동의 이유와 필요성을 글로 정리했다. 공부하니 조금씩 이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냥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안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하게 될 것들을 상상하는 것’이 모든 활동의 기본임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번아웃’을 하게 된다고 한다. 보통 1년, 3년, 5년, 10년 이렇게 고비를 맞는다고 한다. 왜 이런 ‘번아웃’을 겪는 것일까? 그중 한 가지 이유로 바로 이 ‘자기 그림’이 없이 일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치열한 공부와 고민 없는 프로그램은 그저 ‘일’이기 쉽다. 이 프로그램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정리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나아갈 방향, 이상을 세우고 그에 따른 그림을 그려야 그 이후에 따라오는 실제적 업무들이 자신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을 줘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이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나를 세운 '격려의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