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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Oct 11. 2020

실습 이야기 2 '함께 그려가는 그림'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4-8장. 일하고 싶은 곳으로 찾아가라 '사회복지 실습' [함께 그려가는 그림]


실습을 하며 배웠던 두 번째는 ‘사회복지활동은 함께 그려가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돕는 전문가이다. 사회복지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짜야한다.      


 실습을 준비하며 ‘일상생활기술학교’ 계획서를 짰다. 아이들이 지역사회의 어른들한테 배우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들을 생각해냈다. 실습이 여름에 있어서 계절에 맞게 화채 만들기, 부채 만들기, 오이 팩 하기 등의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 후에는 각 활동들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도움을 구해야 할 사람들을 생각해서 준비해 갔다. 머릿속에 나름의 구상을 하고 간 것이다.


그러나 실습을 하며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사회복지사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배웠다.    


주체 의식이 강하고 역량이 있어도, 묻거나 의논하지 않고 부탁하지 않으면 자주성이 낮아집니다. 주체 의식이 약하고 역량이 부족해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자주성이 높아집니다.  -복지요결-

 실습 기간 중 아침마다 돌아가며 읽은 ‘복지요결’의 ‘자주성’에 대한 부분이다. 보통 사회복지기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인 ‘자기 결정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혹시 자신이 준비한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당사자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무시하거나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렇게 책을 읽고 슈퍼바이저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함께 활동하는 당자사가 어린아이들일지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 함을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하니 오히려 더 재미있고 풍성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과 ‘일상기술학교’ 기획팀 회의를 했을 때의 실습일지 내용이다.     


“활동 규칙을 정해야 하는데 뭘 하면 좋을까?”     


이렇게 주제를 꺼내니 아이들이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을 냅니다. 너무 장난스러운 말을 할 때에는 적절하게 개입하여 바른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보았습니다. 저학년들 아이들도 함께 하니 아이들이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정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추가로, 되도록이면 ‘~안 하기’ 보다는 ‘~하기’로 규칙을 정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 약간 주저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한 두 명씩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준비물 안 가져오면 1000배로 벌금 내기해요.”

“싸우면 서로 안아주고 뽀뽀해주기 해요.”

“하하하. 아이디어는 좋은데 그것들 진짜 할 수 있겠어?”      


아이들 입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규칙들도 나오고 그럴 때마다 은빛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활동 규칙을 정하는 건지 웃고 떠들고 노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갑니다. 그러나 처음 만난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 놓고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 선생님 말씀 잘 듣기

- 의견 1개씩은 내기

- 싸우면 사탕 인원수만큼 가져오기

- 핸드폰 진동으로 해 두고 전화 오면 밖에서 전화받기

- 준비물 안 가져오면 그날 막내 되기     


활동 규칙으로 5가지를 정했습니다. 너무 많으면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 나온 아이디어들 중에서 5개를 추려서 정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배우고 싶은 기술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이 가져온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너희들이 더 재미있고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한 번 말해보자.”


역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요!”

“물총 놀이해요!”

“시원하게 여름 나기 하는 거니까요. 친구를 때리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요. 하하 속이 시원한 것도 시원한 거니까.”

“오이 팩 하는 것은 어때?” 원래 계획했던 기술 들 중 하나인 오이팩을 물어봤습니다.

“그건 싫어요~”     


원래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고 해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재미있게 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디어들은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나온 아이디어들 중에서 합칠 것들을 합치고 추릴 것들은 추려서 방학 기간 중 아이들이 배울 일상생활기술들을 정했습니다. 3주간 팥빙수 만들기, 수제 아이스크림 만들기, 선풍기로 에어컨 만들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천연 모기 퇴치제 만들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며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니 더욱 창의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아이들이 신나서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금 동현 선생님 반에는 4학년 남자아이들이 함께 합니다. 동현 선생님과 함께 활동하는 아이들을 보면, 같이 4학년인 제 딸아이도 생각납니다. 과연 내 아이는 이렇게 무언가를 본인이 알아보고자 친구들과 의논하고 스스로 문헌연구도 해보고 인터넷으로 결제를 주문하고, 시장에 직접 사러 가고, 얼음을 가장 크게 얼리기 위해 이렇게 해본 경험이 있는가. 얼음이 굳이 아니더라도...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니 아이들은 모든 게 재미있나 봅니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활동할 때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이렇게 몇 시간 동안 깔깔거리고 웃고, 온전히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아마 제 힘으로 이루어 가니, 더 신이 났을 겁니다.  여름 탈출기 활동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 실습일지 '실습 지도자 평가' 中 일부 발췌-

 

 실습을 하며 내 생각대로 진행된 것이 거의 없었다. 각 상황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결정했다. 일방적으로 아이들의 말을 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단순한 프로그램 참여자가 아니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주체자로서 대하고 함께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아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원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도서관에 찾아가 책을 보기도 하고, 선생님을 섭외하기 위해 포스터도 만들고 홍보도 하고, 에어컨을 만들기 위해 얼음을 얼리기도 하며 스스로 각 단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좋은 결과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는 사회복지사 혼자서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관에 와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임을 배웠다.      





 지금까지 실습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배우고 깨달은 것들 중 일부를 부족하나마 나눴다.

사실, 실습을 하며 힘든 적도 많았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오후 6시가 넘어 실습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쉬지 못하고 실습 일지를 작성하고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하느라 피곤함이 쌓이기도 했다. 아이들끼리 싸워서 중재하느라 힘을 빼기도 하고 아이들 스케줄이 잘 안 맞아서 부모님들과 연락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조율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이런 과정 또한 실습의 일부였다. 중요한 것은 이런 희로애락의 순간을 경험하며 ‘사회복지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습을 하며 누군가는 사회복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갈 수도 누군가는 사회복지에 대한 마음을 접고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좋고 나쁘고는 없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분 각자의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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