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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Oct 20. 2020

구슬팀 면접 '이건 면접인가? 산행인가?'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1장. 김치와 밥만 먹으며 공부한 '구슬 3기'



# 예상치 못했던 면접 '이건 면접인가?산행인가?'


구슬3기 활동을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고 지원 과정을 알아보았다.

1차로는 구슬 카페 홈페이지에 댓글로 이름과 소속, 연락처, 한 줄 지원사를 올리고 그 후 주어진 양식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여느 다른 활동에 지원하는 과정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 후 보게 된 면접은 지금까지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카페 모집 공지에 면접 내용에 ‘체력 시험’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봤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구슬팀의 면접 만남 장소는 다름 아닌 북악산 서울성곽이 있는 창신역 앞이었다. 체력 시험이 있을 것이라고는 하긴 했지만 어떻게 체력시험을 보나 했는데 면접이 곧 산행이고 산행이 곧 면접인 그런 면접이었다. 그랬다. 그날 나름 면접이라고 깔끔하게 입으려고 차이나 카라에 슬랙스를 입고 갔는데 온종일 후회를 했다. 그렇게 그날 구슬팀에 지원했던 4명의 학생들과 김세진 선생님과 함께 6시간 동안 북악산을 등산했다. 창신역에서 낙산공원, 한성대입구역, 한성대입구역, 성북초 교차로, 북악산 숙정문, 창의문, 윤동주 시인 언덕, 청운동, 인왕산 둘레길, 수성동 계곡, 옥인동까지 10km를 걸었다.

걷다가 찍은 북악산 서울 성곽 탐방로 안내도 (이날 10km를 걸을 줄은 정말 몰랐다.)


왜 이런 면접을 보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카페에 선생님께서 쓰신 글이 있었다.      


* 대학생 활동, 체력이 중요한 이유

체력이 약하면
1. 팀 전체 이동 속도가 늦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2. 자연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자연을 누리지 못하니 활동 목표에서 멀어지고, 당사자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진다.
3. 동료를 섬기지 못한다. 자기 몸 챙기기 바빠 동료를 돌아보지 못한다. 자기 몸 편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전체 팀 화합에 문제가 생긴다.
4. 표정이 일그러진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활동해야 동료 사이도 좋아진다. 힘든 순간에 서로 힘이 된다. 어두운 표정이 전체 팀 분위기를 가라앉게 한다.
5. 과정 기록을 남기지 못한다. 낮에는 활동하지만 저녁에는 공부하거나 글을 써야 하는데, 체력이 약하면 낮 활동만으로 방전되어 글쓰기는커녕 숙소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대학생 활동 다시 한다면 반드시 체력이 검증된 이와 함께한다.              

사회복지사무소 '구슬' 카페에서 인용

http://cafe.daum.net/coolwelfare/R2jO/50 대학생 활동, 체력 중요



걷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걸으며 대화했다. 어디서 왔는지, 왜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는지, 구슬팀에 지원을 왜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앞으로 사회복지를 하고 싶은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선생님과 대화하기도 하고 함께 온 학생들과도 대화했다. 면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면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대답을 못하면 떨어뜨리고 잘하면 붙는 그런 면접이 아니라 정상을 향해 함께 걸어 올라가는 등산처럼, 사회복지라는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동료들이 서로의 삶에 귀를 기울여주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하고 듣는 시간이 즐거웠고 반가웠다. 제주도에서 온 큰형 준혁이 형, 베트남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온 소향이 누나, 동갑내기 친구였던 연정이까지 새로운 사회복지 동료들을 알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등산 같은 면접, 면접 같은 등산 중 찍은 사진 한 컷

이렇게 등산 같은 면접, 면접 같은 등산을 마치고 수성동 마을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선생님께서 구슬팀 일정에 대해 계획을 이야기해주셨다. 1주 차는 합동연수를 하며 사회복지 공부를, 2주 차는 배낭 하나 매고 전라북도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회복지 도사 선생님들을 만나는 순례를, 3주와 4주 차는 강원도 평창 산골짜기에 있는 수양 벨리라는 곳에서 복지관 사회사업 공부를 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들으니 정말 특별 훈련을 받으러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슬팀 활동 전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말씀해 주셨다. 이게 또 아주 흥미로웠다. 신발, 여분의 옷, 침구류, 의약품, 공부 수첩,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마지막 준비물로 각자 학생들이 준비해 올 것은 바로 김치였다. 4주간의 집중 공부 기간에 오롯이 사회복지 공부에 시간을 집중하기 위해 밥 먹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씻고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밥과 김치로만 식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물질적으로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밥과 김치만 먹으며 공부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사회복지를 공부하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도를 닦으러 가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래서 더 기대되었다. 어떤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이렇게 면접을 마무리 한 뒤 학교가 있는 포항으로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 활동을 잘해보자고. 추가 면접을 통해 뽑힌 이번 구슬 3기에 함께하게 될 8명의 사회복지대학생들의 이름과 활동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안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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