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 길을 찾았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확실하게 찾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길을 가는 중에 나를 밀어주는 동료도 만났고, 바람이 주는 여유도 알았습니다. 이제는 잠시 멈춘 이 길에서 이상을 붙잡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수료사 쓰는 것, 참 힘이 듭니다. 지난 4주 동안의 배움, 만남, 추억, 어떻게 이 짧은 글 안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조심스러워집니다. 부족한 글 솜씨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지금 기억나는 몇몇 이야기 글로 적으면 이 외의 다른 만남, 배움, 추억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까닭, 이번 구슬팀 활동이 제게 큰 의미인가 봅니다. 그래도 이렇게 수료사 써야 하니 마음 담아 조심스럽게 몇 자 적어 봅니다.
[별, 미래 그리고 사람]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밤 11시 공부를 마치고 정리를 하던 중 김세진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요. 누워서 별 봅시다."
설레는 마음 부여잡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닥에는 마포 자루가 깔려있었고 몇몇 동료들은 이미 자리 잡고 누워 있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동료들 팔이라도 밟을까 땅만 보며 조심조심 다가가 천화현 선생님과 준혁이 형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뒤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우와......'
그렇게 많은 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것 같았습니다. 어렴풋이 커다란 은하수도 보였습니다. 세상에 있는 자연 중에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이 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을 보는 것은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더욱 느낌이 새롭고 설레었습니다. 아름다운 별들을 볼 수 있었던 그 시간을 구슬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기뻤습니다. 내 책장 속 비밀 상자의 자물쇠 번호를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함께했던 동료들 중에서 이런 표현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 이 시간은 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아요.'
이렇게 소중한 추억 가슴에 담고 갈 수 있도록 해주신 김세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지막 날 밤, 별에 대한 추억에 젖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번 구슬팀 활동과 별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것이라면 구슬팀 활동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별을 보는 것이 경이로운 이유. 저는 그것이 현재의 내가 과거의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는 그 빛은 수십 년, 수백 년 전의 별이 가지고 있었던 빛이라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참 묘합니다. 구슬팀 활동이 매력적이었던 이유. 이번 활동을 하면서 현재의 제가 미래의 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덕연 선생님, 김세진 선생님, 표경흠 선생님, 천화현 선생님, 한미경 선생님, 정호영 선생님, 송재한 선생님, 원혜진 선생님, 정건희 선생님, 이수지 선생님, 이춘섭 선생님, 정수현 선생님, 박상빈 선생님, 문홍근 선생님, 채수훈 선생님. 이가영 선생님, 김솔 선생님, 권대익 선생님,
사회사업의 길을 가고 계시는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인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사업이라는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여러 선생님들의 별을 보게 되었습니다. 색깔과 빛의 세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그 다름이 오히려 밤하늘을 더욱 아름답고 다채롭게 하듯이 그 다름 덕분에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방법들에 대해 더욱 풍성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 별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이라는 빛이었습니다. 그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그 핵심 가치는 같았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에 대한 고민들과 질문들을 통해 얻게 된 값진 통찰력이니 믿고 따를 만하겠지요.
우리가 보는 별의 빛은 스스로 내는 빛이 아니라 태양과 같은 항성이 내는 빛을 반사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저는 무작정 남들과는 다른 나의 새로운 방법들을 생각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하면서 새로움을 좇으려 하지 말고 다만 마땅함을 좇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주성과 공생성'이라는 빛을 받아 반사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렇게 할 때 저도 반짝이는 별이 될 수 있겠지요.
옥상에 누워 계속해서 별을 보다가 문득 핸드폰에 깔아놓았던 별자리 어플이 생각났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어플을 틀자 화면을 통해 하늘에 펼쳐져 있는 별들이 이루고 있는 별자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옆에 있던 누나들이 그 어플을 통해 본 별과 별자리를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따로따로 펼쳐져 있는 줄 알았던 별들이 물병자리, 처녀자리 등 자신들이 속해 있는 별자리에 하나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새삼 신비했습니다. 별자리를 통해 지금 이렇게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쁜 예은이 누나 별,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큰형 준혁이 형 별,
꼼꼼하게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엄마 같은 지영이 누나 별,
깨알 같은 장난이 밉지 않은 22년 만에 만난 친누나 같은 수정이 누나 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애교 많은 소향이 누나 별,
많은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진지하게 삶을 살아가는 정현이 형 별,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넓은 이마가 예쁜 연정이 별,
그리고 부족한 저희들을 위해 책으로 가르치시고 삶으로 직접 보여주시며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보여주시는 김세진 선생님 별
구슬 팀 활동이 끝나면 또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멀리 떨어져 있겠지요. 그러나 이젠 구슬 3기라는 별자리로 묶여 그 자리에서 밝게 빛나며 서로의 존재가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오늘 밤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더 자주, 더 많이 밤하늘을 올려다볼 것 같습니다. 아니 올려다봐야겠습니다. 밤하늘 총총히 박혀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지난 4주간 만났던 선생님들 그리고 동료들 생각하며 추억을 배움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별들을 보며 스스로를 다잡아야겠습니다.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 동료들이 저기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겠구나, 내가 잘하고 있는지 보고 있겠구나 생각하며 스스로 채찍질하며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꿈꿔봅니다. 언젠간 저도 큰 별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 주는 북극성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전할 수 있는 날 꿈꿔봅니다.
이렇게 수료사를 마치려 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다시 부끄러워지고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저의 깜냥대로 이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 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제가 가야 할 길 뚜벅뚜벅 걸어가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별을 사회사업으로 아이를 자신으로 생각하며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깜깜한 어둠이 집어삼킨
광활한 불모지, 그 길 없는 곳에
한 아이가 별을 보며 걷고 있다
별들의 바다에 넋이 나간 것일까
별들의 수를 세어보겠다는 고집을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검은 땅엔 볼 것이 없어서
그저 그냥 별들을 바라보는 것일까
그 아이는 미쳐보지 못한 돌부리에 넘어진다
움푹 파인 구덩이에 넘어진다
하지만 이내 일어나 몸을 턴 아이는
다시 별을 보며 걷기 시작한다
아마 아이는 별을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