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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Dec 05. 2020

사회복지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2장. 끊임없는 독서와 기록만이 살길이다 '독서법'



# 사회복지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면서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잔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책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기에, 그리고 특별히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에게 더욱이 책 읽기가 중요한 이유를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원래부터 책을 잘 읽어왔던 사람들은 가볍게 다시 한번 동기부여를 한다 생각하고 읽어보면 좋겠고 평소에 책과 담을 쌓았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책 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유물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물론은 무엇인가?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만물의 근원을 물질로 보고 정신 현상과 같은 모든 형이상학적인 것들의 그 근본을 형이하학적인 물질로 보는 관점이다. 다들 잘 알고 있는 ‘칼 마르크스’는 이 유물론을 토대로 모든 사람들을 물질인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는 ‘부르주아’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프롤레타리아’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 두 범주의 사람들은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그 두 부류의 토대가 밟고 있는 땅, 즉 물질적 기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칼 마르크스까지 끌어들여 설명하는 이유는 그만큼 물리적 환경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사회복지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마주하는 직업이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20대 노총각,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소년소녀가장, 미혼모 가정, 사업에 매진하다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게 된 50대 기러기 남성 등 다양한 사연과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과연 그들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경험하지 않고 상상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들을 도와주겠다는 사회복지사가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면 그 도움의 실상이 어떠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복지사가 사람들을 잘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가장 손쉽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책을 읽는 것, 특히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소설을 읽는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책 속의 인물들이 겪게 되는 상황들에 들어가 봄으로써 제한적으로나마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의 크기를 넓힐 수 있다.


추천하기로는 시대적 상황이 배경으로 잘 반영되어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개별 인물을 모두 이해하기는 불가능해도 특정 이데올로기, 시대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이 개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몽실언니』나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등을 추천한다.


 그리고 일반화, 범주화를 하게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특정 계층, 특정 성별을 대변하는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지영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겪는 삶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책으로 남성이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단면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비슷한 세대였던 엄마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여동생의 삶, 그리고 여자 친구와 혹시 내가 나중에 낳을 수도 있는 내 딸의 삶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경험이 있다. 분명 이 경험이 사회복지사로서 여성을 만나게 될 때 그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의 시대와 자신의 오감에 갇혀 자신의 삶만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회복지사라면 책을 통해 그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배움이 없으면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구슬팀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사회복지 선생님 중에서 권대익 선생님께 했던 질문이 있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소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제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업무량과 적은 보수, 보이지 않는 비전으로 인해 처음에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열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대답에 선생님이 주신 대답은 ‘동료, 현장, 배움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같은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사회복지 동료, 발로 뛰고 살을 맞대고 치열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회복지 현장, 그리고 다음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채워주는 배움이 없다면 사회복지사는 오래갈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중에서도 여기서는 ‘배움’의 중요한 방편으로서의 독서를 강조하고 싶다.


소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원적으로 봤을 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을 써버리는데 새로운 가치, 지식, 경험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내 안의 자원은 고갈되어 버리고 결국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소진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비단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 그러나 금전적 보수나 명예와 같은 외적 동기가 적은 사회복지사는 더욱 그 본질적인 ‘실천에 대한 내재적 가치’가 채워지지 않으면 그 열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실천의 근거가 될 책들, 특히 사회의 문제들을 고발하고 본질적인 것들을 고민하게 하는 사회 문화,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책을 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끼기 급급해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과 창의성, 아이디어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인적, 재정적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제공해야 한다. 또한 외부 공모사업을 지원해서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프로포절을 작성하기도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에게 아이디어는 자신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현실은 각각의 복지관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고민 없이 본래 기관에서 하던 대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또는 국가나 재단의 지원을 받기 위해 유행하는 사업을 급하게 만들어 우후죽순 신청하고 주변에 있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따라 하기 급급한 상황이다. 그 결과 사회복지기관이 단순한 하청업체 같은 일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론, 사회복지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주어진 업무만을 처리하는 것도 버거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사업을 기획하라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남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답습하며 일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책이나 논문 등 책을 읽으며 사회복지분야의 최신 정보들, 그리고 사회복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가져와 사회복지에 적용할 만한 것들을 공부해 새로운 사회복지적 접근 방식을 생각해 낸다면 개별 기관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체의 사회복지 수준을 조금씩 더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분야의 책들과 동시에 경영, 경제, 심리, 건축, 종교 등 다른 분야의 책들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주절주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 정리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찔렸다. ‘그래서 나는 얼마나 잘 책을 읽고 있나?’ 사실, 정말 책을 많이 읽고 좋은 글들을 써내는 분들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라 부끄러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때론 열 발자국 앞서 있는 사람이 한 발자국 내딛으려 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말보다 두 발자국 내디딘 사람이 한 발자국 내딛으려 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말이 더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도 저렇게 했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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