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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현 Dec 27. 2020

관점을 가지고 쓰는 글쓰기 '관독'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2장. 끊임없는 독서와 기록만이 살길이다 '독서법'



# 관점을 가지고 쓰는 글쓰기 ‘관독’

 지금까지 독서를 하기 위해서 책을 고르는 방법, 그리고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그다음으로는 읽기의 마침표, 바로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쓰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책을 읽고 질문을 하고 토론을 했어도 그것이 나의 글로써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꿰지 못하고 이리저리 나뒹구는 구슬과 같다.      


 글쓰기에도 다양한 종류와 방법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추천하는 글쓰기의 방법은 ‘관독’을 통한 글쓰기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관독은 ‘관점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이다. 


사랑을 해봤다면 다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면 그 사람과 이 곳에 오면 어떨지를 상상하고, 무엇을 먹으면 그 사람과 함께 먹으면 어떨지 상상하고, 예쁜 옷을 보면 그 사람이 입으면 어떨지 상상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사람을 위해 재해석된다. 이런 ‘관독’을 통한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여러 가지의 책을 보면서 그 관점에 따라 책의 내용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가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글쓰기라고 생각될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글쓰기의 대원칙에서 그 하나의 주제를 ‘사회복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독을 통해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결국 사회복지실천의 근거를 튼튼히 하기 위함이다. 사회복지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다. 따라서 ‘사람’과 ‘사회’를 이야기하는 책들에서 사회복지의 실천 근거를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책을 읽을 때 ‘사회복지’라는 렌즈를 통해 여러 책들에 흩어져 있는 사회복지의 실마리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책을 읽고 쓴 에세이의 일부를 가져왔다. 부끄럽지만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한 것을 나누며 ‘관독’을 통한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조금 높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아래는 조한혜정씨의 『다시, 마을이다』이라는 책을 읽으며 찾았던 지역사회복지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적었던 글이다.


‘나는 요즘 집이라는 개념보다 '타운 센터'개념으로 내가 살 곳을 상상한다. 거대 백화점과 우뚝 솟은 관 주도적 문화 공간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학교와 문학 카페와 식당과 소극장과 반찬 가게와 작은 진료소들이 있는 타운 센터 말이다. 노인들이 골목길 이곳저곳에 모여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보고 있고, 수시로 물물 교환이 이루어지고, 서로가 잘 알기에 함께 있음으로 안전한 마을, 사람들이 자주 이사를 가지 않고 가게도 자주 망하지 않아 단골이 되는 그런 마을이 후기 근대적 주거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지금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돌봄과 학습이 있는 주거'를 상상할 때다.'
『다시, 마을이다』 144p 발췌     

누군가는 이러한 마을을 꿈꾸는 상상을 농경사회에서나 가능한 철없는 소리, 혹은 시골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꿈이 비단 허황된 몽상가의 생각이 아니라 근대 후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19세기 공업 도시화의 과정에서는 '집', 즉 '가정'이 바깥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이자 안식처의 역할을 감당했다. 보통의 경우, 집이란 생계 부양자인 남편이 있고 그를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노후를 책임져줄 자녀들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성장할 것 같았던 경제는 어느새 주춤해졌다. 저성장 시대, 다시 말해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가정을 지탱할 수 없고 자녀들은 부모보다 더 나은 경제적 상황을 꿈꿀 수 없는, 그래서 모두가 일하고자 하지만 모두가 한 치 앞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불안한 시대가 온 것이다. 가족은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리고 이어서 저자는 이 과정을 이미 거쳐간 나라들, 영국이나 일본을 보면 독특한 공통점들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머뭇거림', '욕심 없음' 그리고 '검소함'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그들 나라들의 독특성이라기보다는 근대화 후기의 특성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 그들은 새롭게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때 그들은 다시 고향을 그리고 자신의 역사와 대면한다. 쓰던 것, 손때 묻은 것을 사랑하게 되고, 재활용할 생각을 하게 되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농촌적이고 봉건적인 것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시적인 것, 새것, 반짝거리는 것, 시간성을 죽인 것이 참을 수 없이 촌스럽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후기 근대' 또는 '탈근대'의 시작이다.’ 『다시, 마을이다』 130p 발췌     

이러한 정신이 후기 근대 사회, 다시 말해 탈근대를 이루어갈 철학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근대에는 가족만 있으면 살 수 있었지만 후기 근대에는 마을이 없이는 삶을 지탱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도시와 세련된 것들이 품고 있는 한계를 느끼고 책 이름처럼 다시, 마을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부족한 글쓰기와 부족한 생각이지만 나름대로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찾아 공부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쓴 글은 개인 블로그나 카페,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글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 내 생각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관독으로 쓴 서평


예시로 들어놓은 글이 부족해서 더 좋은 예시들을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을 한 권 소개하고 싶다.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라는 책인데 여러 책들을 읽으며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목차를 조금 보면      


- 아빠, 친구 관계는 어디서 가르쳐주나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 삶이 어려울지 몰라도 어리석지는 않다 「가난한 휴머니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 사회사업가와 복지서비스 하청업자, 두 길 사이에서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 외 공저
- 활동가의 규칙 가운데 으뜸은 걸언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사울 D. 알린스키    

 

이런 식으로 사회복지와 관련된 주제와 책 한 권이 한 세트로 되어있다. 시간이 될 때, 또는 관심이 있는 주제나 책이 있으면 그 부분을 읽으면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책모임을 하면서 이 책을 읽기도 했었는데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렇게 간략하게 관독을 통한 글쓰기에 대해 알아봤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하지만 글을 쓰는 것에는 어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움을 면할 길이 없다’고 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며 정리하는 시간이 없으면 실제로 얻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연습을 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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