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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Jan 10. 2021

작은 용기로 시작된 도전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장. 해보고 결정하자. 인턴생활



# 3-1장.  작은 용기로 시작된 도전

2학년을 마무리한 2015년 겨울,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군대에 가기 위해 지원했었던 카투사, 의경, 예비학사장교 시험에서 모두 떨어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1년 6개월 넘게 만나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었던 힘든 시기였다. 너무나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대학교 동기 형의 스쿠터를 빌려 포항 앞 바닷길을 질주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휴학을 하기로 했다. 단순히 힘들어서만은 아니었다. 벌써 반이나 지나간 대학생 시절을 생각하며 고민했다. ‘이제,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다. 졸업하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중간점검을 하고 싶었다. 대학생활의 전반기에는 이리저리 기웃대며 가능성을 알아보는 시기였다면 후반기에는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 구체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싶었다.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 삶일지 알아보고 싶었다. 여자 친구도 없겠다 이왕 휴학한 거 마음껏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면서 방향을 잡자고 생각했다.     


막상 휴학 신청을 하고 나니 인생 처음으로 맞이한 백지와 같은 시간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자율성과 책임감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정말 잘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일단 노트를 펴고 가운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다. 그 안에 내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내 관심사를 하나씩 적어 넣었다. 사회복지, 교육, 상담, 독서, 기독교, 청소년 등이 있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배우고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 나가서 부딪혀 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내 안에 질문이 일어났다. ‘이것들은 관념적으로, 이상적으로 끌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나에게 맞는 것인가?’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막막했지만 무조건 이번 시간을 통해 나의 길을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며 여러 문을 두드려 봤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관심사와 관련된 단체들을 조사하고, 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인턴 공지를 찾아보기도 하고, 내가 졸업했던 대안학교에서 독서 과목을 맡고 계시는 선생님에게 독서 수업 조교를 하면서 학생 상담과 독서 교육을 보조교사로 도우며 일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손품을 팔던 중 나의 흥미를 당기는 단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경기도 군포에 있는 ‘꽃이 되었다’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인턴 간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모교의 선배님이 시작한 단체인데 단체가 생긴 후 처음으로 인턴 간사를 모집한 것이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마을의 청소년들을 돕고 또 청소년들이 배운 것들을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였다. 여기다 싶었다. 내가 사회복지를 하면서 지향하는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 같았고 청소년들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지원 자격을 보니 3학년 이상의 학부생이 지원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좌절했다. 어렵게 찾은 일해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지원자격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포기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지원 마감 며칠 전이되었다. 그동안 다른 곳을 여기저기 기웃거려봤는데 ‘꽃이 되었다’만큼 확 끌리는 것이 없었다.      


그날, 단골로 가는 카페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냥 전화해볼까?’ 하는 마음이 일었다. ‘전화해서 관심이 있어서 그런데 지원해봐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것 정도는 되지 않나?’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읽던 책을 내팽개쳐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카페 문 밖으로 나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학교 게시판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혹시 제가 4학기까지 공부를 해서 지원자격은 안 되지만 이곳의 지향하는 방향과 활동들에 동의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함께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지원해도 될지 여쭤보고 싶어 전화드렸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최대한 부여잡고 혹시나 무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지 고민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아,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위치랑 근무 시간 같은 것들은 확인해 본거죠? 여건이 되면 지원해봐도 좋겠네요.

이렇게 흔쾌히 긍정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않았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전화해보기 잘했다.’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얼마 뒤 지원서가 통과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면접을 보러 오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고 해도 도전해 보면 가능해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들이 이렇게 다 잘 풀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그냥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이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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