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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현 Feb 06. 2021

작은 시인들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장. 해보고 결정하자. 인턴생활


# 3-6장작은 시인들


독서토론 활동은 이전 장에서도 다루었기도 하고 다른 많은 책들과 더 훌륭한 선생님들의 실천 내용이 있기 때문에 다루지 않기로 하고 여기서는 시 쓰기 활동에 대해 조금 더 다뤄보려고 한다. 위에서 (이전 장) 말한 『감성의 끝에 서라』라는 책에서 나온 방법론을 정리해서 활용했다.     


시 쓰기 방법은 간단하고 적용하기 쉬웠다. 단순하게 2가지 순서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자유롭게 하나의 사물을 촬영하고 관찰하기. 두 번째, 내가 그 사물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기분일지를 오감(촉각, 청각, 시각, 미각, 후각)을 활용해 상상하며 시를 쓰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시 쓰기 활동을 했던 날이 기억난다.


"얘들아 이제부터 금요일에는 시 쓰기 활동을 해보려고 하는데 어떨 거 같아?"     

"시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저는 좋아요! 전에 써 놓은 것도 있어요!"     


청소년들마다 반응이 달랐다. 간단하게 준비한 PPT 자료를 보여주며 시 쓰기 방법을 알려주고 자유롭게 나가서 사진을 찍고 시를 한편씩 써보기로 했다. 기대도 되고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20여분의 시간 동안 하나씩 시를 쓰고 다시 돌아와 각자 쓴 시를 낭독하기로 했다. 나도 청소년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가볍게 산책도 하며 사진을 찍고 시를 썼다.     


 10여분쯤 지났을 때부터 시를 완성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메신저로 각자 찍은 사진과 적은 시를 보내주었다. 아이들이 보내준 사진과 시를 PPT로 한 화면에 정리했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밖으로 나갔던 청소년들이 모두 들어왔다.      


"얘들아 그럼 이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쓴 시를 낭독해볼까?"     

"선생님이 대신 읽어주시면 안돼요? 부끄러운데?"

"그럼 자기가 읽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나와서 읽고 부끄러운 사람들은 내가 읽어줄게."     


청소년들이 찍은 사진은 다양했다. 달, 나무, 휴지 등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사진과 함께 쓴 시에는 그 사물들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친구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시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작은 시인이 되어갔다. 백문이 불여일견, 청소년들이 쓴 시를 몇 편 나눠보겠다.     





놀라웠다. 이렇게 시를 쓰니 평소에 대화할 때는 알지 못했던 각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자신이 쓴 시 한 편을 낭독하면 다 같이 박수를 쳐주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다. 꾸준히 시를 쓰다 보니 청소년들 중에서 예술적인 표현 방식과 언어능력이 뛰어난 친구들도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국어 숙제를 내줄 때에는 하기 싫어서 억지로 했던 친구들이 시 쓸 때는 싫은 내색 없이 밖에 나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시를 쓰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과 안쓰럽다는 생각이 함께 들기도 했다. 언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학교에서의 교육은 표현과 받아들임 사이에서의 균형이 너무나 불균형적이기에 청소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문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보았다.      


아무튼 이렇게 매주 금요일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시를 쓰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청소년들도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의 일을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적용하여 활동하니 일을 하면서 나 또한 즐거웠다. 


사회복지사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일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부담이 아니라 나를 확장하고 성장하게 하는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배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것이 자신과 잘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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