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떻게 사회복지 공부했어요?
# 시작하기 앞서 끝을 생각하는 일
면접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로 돌아오니 과제를 제출하고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다. 1박 2일의 추동 면접은 한여름밤의 꿈같이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에 최선웅 선생님께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여름에 추동에서 함께 신나게 활동해보자고 해주셨다.
이윽고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정도를 집에서 쉬었을까? 바로 추동에서의 시골사회사업활동이 시작되었다. 활동 전체 기간은 6주 정도였다. 6주의 활동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는 합동연수, 두 번째는 지역별 활동 그리고 활동이 끝나고 나서 합동수료식이었다.
합동연수는 3박 4일 동안 진행되었다. 전라북도 남원의 한 유스 캠프장에서 진행된 연수는 우리 추동팀 외에도 철암 광산사회사업 팀, 휴학생 순례팀, 복지기관의 실습생팀 등 100명에 가까운 수의 학생들과 실무자들이 모였다. 각 팀들마다 활동을 하기 전, 사회사업실천의 근본이 되는 철학과 방법을 배우고 사회복지실천 사례를 듣고 각 기관마다 이번 활동의 사업 기획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중 3일째 되는 날 저녁에는 ‘보고서 가상 출판 기념식’이라는 것이었다. 연수 기간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기도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어서 조금 나눠보려고 한다.
‘보고서 가상 출판 기념식’?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활동은 말 그대로 보고서를 출판하는 것을 가상으로 상상하며 기념식을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4주에서 5주간 진행하게 될 일련의 활동들이 모두 잘 끝내고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담아 활동이 끝나고 나서 만들게 될 활동 보고서(책)의 제목과 목차를 생각해보고 발표하는 것이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합동연수 기간에 강당 뒤편에는 여러 권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책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회사업 실천의 경험들을 정리해서 나온 책들이었다. 가상으로 끝나는 출판 기념식이 아니라 일련의 실천 과정을 거쳐 실제로 책이 나온 모습을 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물론 이 가상 출판 기념식이라는 것은 시작하기 앞서 끝을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은 두 가지 이유로 유익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로는 두루뭉술하게 구름같이 느껴졌던 사회사업 실천이 구체적인 현실과 계획이 되어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할 실천에 제목을 붙이고 세부 계획을 짜면서 앞으로 있을 5주간의 시간이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 두 번째로는 내 활동을 잘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사업을 정리하고 발표할 때마다 팀원들이 한 마디씩 응원을 해주었다. ‘꼭 활동 잘하고 책으로 엮어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열심히 계획한 대로 실천하고 기록하면 실제 책으로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더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보고서 가상 출판 기념식을 포함하여 3박 4일의 합동연수를 마무리했다. 연수 기간에 계획한 각 팀마다의 사업들이 앞으로 한 달간의 활동을 통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서로 응원하며 헤어졌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합동연수에서 배운 사회복지 실천의 철학과 방법, 그리고 계획한 사업을 가지고 각자 지역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사회사업 실천을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