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떻게 사회복지 공부했어요?
# 호숫가마을도서관 면접
2017년 여름방학을 대전 추동의 호숫가마을도서관에서 보내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 고민들과 함께 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지원사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냈다. 얼마 뒤 최선웅 선생님께 전화를 받아 면접을 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학기 중이었던 터라 금요일 저녁 늦게 면접을 진행했고 부랴부랴 대전행 기차를 타고 추동으로 출발했다.
이야기로만 듣던 추동의 호숫가마을도서관에 가는 날,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그 날의 기억을 나눠보려 한다. 면접이 끝나고 기록한 나와 동료들의 면접 후기 내용을 참고해서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나 앞으로 추동에서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볍게 훑어보면 좋겠다.
호숫가마을 도서관은 대전 동구에 있는 추동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대전역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저녁 7시 반, 대전역에 내려 급한대로 역 근처 김밥천국에서 치즈라면을 한 그릇 후루룩 해치고 한 번 놓치면 80분을 기다려야 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초록색 60번 버스를 타고 머리를 창문에 댄 채 한 30분쯤 지났을까? 사방에는 땅거미가 지고 건물들로 둘러싸였던 창문 밖 풍경이 오른쪽에는 대청호수를 끼고 왼쪽으로는 나무와 산으로 바뀌어 있었다. 친구와 잠시 전화통화를 하다 급하게 내린 추동마을은 사람 하나 없이 고요했다. 혼자 밤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곳이었지만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왁자지껄한 학교 안을 벗어나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오니 마음이 놓였고 편안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 보니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편의점 주변을 서성이면서 호숫가마을 도서관은 어디에 있나 하고 동네를 둘러 다녔다. 그런데도 도서관을 찾을 수 없어서 다시 편의점으로 나온 그때, 편의점인 줄 알았던 그곳에서 사람들이 조금 모여 있기에 들여봤더니 그 안에 최선웅 선생님께서 계셨다. 편의점인 줄 알았던 곳이 도서관이었던 것이다. 밖에서 보면 도서관이라고 커다랗게 간판이 없어서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도서관이라고 커다란 도화지에 아이가 쓴 것 같은 글씨로 쓰여있었다. 아무튼 도서관에 들어가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고 도서관 안에 있던 동료들과도 인사했다.
잠시 후 9시부터 아이들이 준비한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을 보러 온 5명의 지원자 중에서 먼저 익수 형이 면접을 하러 나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기다렸다. 곧이어 한 명씩 한 명씩 면접을 봤고 나는 마지막 차례로 면접을 봤다.
‘박동현 선생님~’ 하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에 ‘무슨 질문을 할까?’ 하는 궁금증과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 장소는 도서관 바로 앞에 있는 대청호 오백리 길이라고 하는 관리사무소였다. 면접을 위해 그곳에서 일하시는 선생님께서 흔쾌히 빌려주셨다고 했다. 걸어가는 길, 짧은 동선이었지만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에 넘어지지 말라고 촛불로 길을 밝혀둔 것이 보였다.
면접장에 가보니 정성스레 준비한 음료 메뉴판이 있었다. 메밀차와 아카시아 차, 홍차와 커피가 메뉴에 있었고 메뉴판 위에는 메밀차와 커피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메밀과 커피콩이 테이프로 붙여 있었다.
곧이어 면접을 봤다. 6명의 아이들 중에서 가운데 앉아있던 중학생 친구를 중심으로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질문을 던졌다.
‘여기 자기소개서에 보니까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했는데 중국어로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추동을 알게 되었나요?’
‘왜 사회복지를 하게 되셨나요?’
‘이번 여름에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나의 자기소개서 열심히 읽고 면접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무 장이 넘는 자기소개서 읽기 귀찮고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읽어주어 고마웠다. 면접 준비하며 그리고 면접 진행하며 얼마나 떨렸을까? 본인들도 얼마나 긴장했을까? 그래도 끝까지 침착하게 면접관으로서 질문해준 모습들이 참 귀해 보였다. 이렇게 면접을 끝내고 잠시 쉬다가 마을 주민 집에 들어가 잠자리를 폈다. 자기 전에 잠깐 도서관에 들렸는데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승철이 형이 퇴근하고 버스를 타고 오셔서 우리를 보러 오셨다. 형도 이전에 추동 활동을 했다고 했다. 역에서 성심당 빵을 사 오셔서 덕분에 밤에 배부르게 맛있는 빵 먹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5시에 기상해서 계족산에 올랐다. 체력평가 겸 전날 늦게 모여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4시간 동안 열심히 걸으며 둘씩 짝지어 이야기했다. 사회사업하게 된 계기, 정보원 활동 내용을 나누었다. 산행 중 황톳길이 나와 맨발로 걸었다. 차가운 흙길이 더운 열기를 식혀주었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짐을 싸고 10시 40분 대전행 마을버스를 타고 추동을 떠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추동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회복지 동료들을 만났던 감사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