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떻게 사회복지 공부했어요?
선생님께서는 호숫가마을도서관에 대한 설명과 몇 가지 사회사업 실천사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도서관은 대전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청호수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추동이라는 마을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었다. 지금의 호숫가마을도서관이 있기까지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워 조금 나눠보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대전의 국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막연히 공무원이나 공단, 재단에 취업할 생각이셨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백두대간 산행을 갔다가 사회복지 선생님과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반해 함께 ‘광산지역 지역사회사업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탄광 마을인 철암에서 사회사업활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6주 동안 사회복지 실천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철암에서 활동을 하면서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좁고 험한 곳, 내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 시골 마을에 있는 곳’이라는 이러 선택 기준을 삼으셨다고 한다. 우연한 만남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찾은 곳이 바로 이 도서관이었다. 어느 곳에 소속되지 않고 운영할 사람이 없어 2년간 방치되고 있던 이곳을 발견하고 이력서와 활동 계획서를 작성해 다짜고짜 도서관을 처음 만드신 분들에게 찾아가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설명드렸고 그렇게 버려져있던 도서관은 최선웅 선생님을 통해 사회복지의 정체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 태어난 도서관을 운영하는 다짐은 다음과 같았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일구고 더불어 살게 돕자. 이웃과 인정이 있어 살만한 마을을 만들자. 약자가 살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자. 사회복지사의 재주나 재원 말고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일하자. 소박하고 여유롭게 이루자. 강점 관계 생태를 주목하고 주력하자.’
이 안에서 도서관에서 하는 활동의 모든 것들이 나왔다. 선생님께서는 ‘마을 책장’, ‘마을 선생님’, 숲 속 캠핑‘ 등 도서관에서 했던 몇 가지 실천 사례를 이야기해주셨다. 그중에서 ‘저자와의 대화’라는 활동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책 모임을 하면서 만나고 싶은 작가를 직접 정하고 초청해 강연을 듣는 활동이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마을의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하나씩 이루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렇게만 말하면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호숫가마을도서관 카페에 있는 사례 요약집에 선생님께서 직접 기록하신 내용이 있어서 함께 나눠보려 한다.
‘작가와의 만남’
아이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를 직접 선택했습니다. 며칠 동안 동네 아주머니 이성순 선생님께서 여러 작가의의 책을 읽어주셨습니다. 마지막 책을 읽은 날, 아이와 어른이 함께 회의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박연철 선생님을 모시기로 결정했습니다. 책을 읽어주신 이성순 선생님이 박연철 선생님께 전화드렸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선생님이 선택되셨는지 말씀드리고 오실 수 있는지 여쭈셨습니다. 아이들이 선택했다는 소식에 영광이라고 하시며 당장 수락하셨습니다.
한 달의 준비 기간 동안 아이들은 책 활동으로 마을 이웃을 만났습니다. 책에 나오는 엄나무를 마을 이웃 아저씨께 배웠습니다. 아저씨 섭외부터 아저씨께 여쭐 질문 준비까지 아이들이 직접 했습니다. 아저씨는 아이들이 부탁한 엄나무 소개는 물론이고 아저씨가 키우시던 다른 나무들까지 자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폭풍우 치는 날 비 흠뻑 맞으며 나무 공부했습니다.
학교에서 소식을 듣고 저자와의 활동을 돕겠다 하셨습니다. 사례비를 지원하겠다고 하시기에 “교장 선생님을 주세요.” 했습니다. 사례비 대신에 교장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책 활동하는 아이가 책을 보여드리며 교장 선생님께 직접 부탁드렸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책 읽어 주러 오시는 날, 마을에서 가장 아이를 많이 만나는 동심 슈퍼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동네 아이와 어른이 한자리에 모여 교장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그림책을 보고 들었습니다.
작가 선생님 오는 날 음식은 마을 아주머니들이 도맡아 준비하셨습니다. 각자 음식 실력이 드러나지 않는 음식, 불을 쓰지 않는 음식, 소박한 음식. 몇 개의 기준으로 음식을 정했습니다. 메뉴는 비빔밥, 각자 집에서 비빌 재료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불 쓰지 않고 소박하고 음식 실력 들통나지 않고도 풍성한 잔칫상을 누렸습니다.
박연철 선생님이 오시는 날 아이와 어른이 대전역 앞으로 마중 나갔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책을 들고 대전역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풍성했습니다. 작가 선생님께서 이렇게 준비를 해놓은 곳은 처음 본다고 놀라셨습니다. 한 명 한 명 사인해주셨습니다. 작가 선생님 사례비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모았습니다. 아이는 내고 싶은 만큼 낼 수 있을 만큼 모금함에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모금함 통째로 박연철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으레 드리는 사례금의 두 배 가량이 모였고 그대로 드렸습니다.
소박하게 준비해서 풍성하게 누렸습니다. 그날 비가 왔는데 아이들은 박연철 선생님 책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출처 : 다음 카페 '호숫가마을도서관' https://cafe.daum.net/daechaungholib/VL08/1
동화책의 이야기 같지 않은가? 정부나 지자체, 공동모금회의 지원 없이도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자원으로 만들어간 소박하지만, 귀중한 사회복지실천 사례 이야기였다. 아니 그냥 사회복지 실천이라기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이야기 같았다.
특강이 끝나갈 무렵이었을까? 여름방학 때 호숫가마을 도서관에서 단기사회사업팀을 모집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선생님이 계시는 추동의 호숫가마을 도서관에서 실제 사회사업을 하며 5주간 함께 뒹굴 학생을 찾는다고 하셨다. 마침 같이 학회를 하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이곳에서 활동을 했던 선배가 있어서 물어봤다.
“어머, 동현아 추동에 가는 거 난 완전 추천해. 너랑 잘 어울릴 거 같아. 나는 거기서 아침마다 3km씩 뛰는 거 때문에 힘들기는 했는데 너는 잘 뛰잖아.”
고생을 한 번 해보라고 추천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추동에서의 생활을 해봤던 선배가 추천해주는 것을 보니 한 번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