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사회복지 어떻게 했어요?
지난번 수요일 날 모임 할 때 선생님 섭외하기 전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대본을 써 놓았습니다. 서연이와 한선이와 함께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선생님 뭐라고 해야 돼요? 아는 어른한테 전화하는 건 괜찮은데 처음 보는 어른한테 전화하는 건 부담되고 어려워요.”
“어렵지. 그래도 이렇게 해 보는 게 앞으로 도움이 될 거야. 처음 만나는 어른에게 섭외 전화를 할 때 무엇을 여쭤 봐야 할까? 일단 인사를 하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
“어떻게 인사하죠? 동명 초등학교 다니는 누구누구라고 하면 되나?” 서연이가 물었습니다.
“아니 우리가 하는 거는 학교랑 상관없고 도서관에서 하는 거니까 호숫가 마을도서관에서 활동한다고 설명해야지” 옆에 있던 한선이가 답했습니다.
“그게 좋겠다. 그럼 ‘안녕하세요. 저희는 호숫가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한선, 강서연이라고 합니다.’고 처음에 인사드리는 게 어떨까?”
“좋아요~”
“그리고 뭐라고 말하죠?”
“흠……. 일단 우리가 어떻게 연락드리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 드리면 좋을 것 같고, 작가와의 대화를 할 날짜와 시간을 말씀드리고 가능하신지 여쭤보면 좋을 것 같아.”
“이유? 흠…… 그건 제가 써볼게요.”
한선이가 팬을 들고 선생님께 설명해 드릴 이유를 자세히 적습니다. 옆에서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니 어려워하면서도 곧잘 썼습니다.
“다 됐다. 선생님 끝났어요.”
“그래? 그럼 한 번 읽어볼까? 근데 이 글씨 읽을 수 있겠어? 하하”
“선생님이 쓰신 것보다는 훨씬 잘 쓴 것 같은데? 히히”
원래는 이날 선생님께 바로 섭외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한선이 어머니께서 한선이를 급하게 찾으셔서 전화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요일 날 책 사러 가기 전 30분 일찍 도서관에 와서 전화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수요일 아침 10시 30분에 모여서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기로 했는데 10시에 모여서 선생님께 섭외 전화드렸습니다. 전화드리기 전 미리 선생님께 문자로 10시에 아이들이 전화할 텐데 시간 되시냐고 여쭤봤습니다. 다행히 휴가 중이셔서 편하게 전화하라고 하셨습니다. 때로는 약간의 물밑작업도 필요한 법입니다.
“자 오늘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누가 하면 좋을까?”
“선생님이 해주세요.”
“선생님은 너희들이 활동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이지 대신해 주는 역할이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오늘은 조용히 하고 있을 거야.”
“그럼 우리 반반씩 나눠서 하자.”
한선이가 서연이에게 제안했습니다.
“뭐 그럼 그렇게 하자. 난 처음부터 여기까지 할래.”
“뭐야, 안녕하세요 하고 한 줄 더 밖에 안 되잖아.”
“그럼, 한 줄 더.”
둘이서 전화를 할 분량을 나눴습니다. 얼마 안 되는 길이인데도 나누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럼 이제 전화해보자.”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호숫가 마을 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서연, 고한선입니다. 혹시 지금 전화 가능하신가요?”
“호호, 네 가능해요. 전화 줘서 고마워요.”
전화하는 내내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계속해 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아이들도 힘내서 적어놓은 대본을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옆에서 듣는데 아이들이 직접 전화를 하고 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본인의 스케줄을 확인해보고 주말까지 최종적으로 알려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번 주 안에 또 연락해줄게요. 끊을게요.”
“이야~ 수고했다!”
성공적으로 전화 섭외를 하고 서연이와 한선이와 하이파이브했습니다.
한 건 했습니다.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른에게 섭외 전화를 하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요? 제 초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중국집에 전화해서 음식 주문하는 것도 무서워서 하기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심지어 책을 쓴 작가님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섭외하는 일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을까 생각합니다. 말괄량이 소녀들이 이번 저자와의 대화 기획팀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