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저자와의 대화 D-day가 되었습니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최선웅 선생님과 새벽기도 갔습니다. 지난밤, 선생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셨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중요한 날인만큼 기도로 하루를 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가기로 했습니다. 아직 흐릿한 어둠이 머물러 있는 호숫가 길을 따라 도서관에 갔습니다. 먼저 나와 기다리고 계시는 최선웅 선생님을 만나 추동 교회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실내, 혼자 빛나고 있는 파란 십자가 불 빛, 조용히 들려오는 목사님 기도소리.
가운데 길을 따라 들어가 오른쪽 의자에 앉았습니다. 조용히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혼잣말하듯 그분께 털어놓았습니다. 기도하니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이렇게 혼자 조용히 기도하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기도하고 있는데 뒤에서 최선웅 선생님께서 등을 툭툭 치셨습니다. 벌써 30분이 지나 아침 운동하러 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기획팀 아이들, 도와주신 어머니들과 열심히 준비했던 저자와의 대화 날입니다. 이상하게 떨리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기획하고 준비했던 저의 일이었다면 걱정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한 일들을 거들고 도운 것뿐이라는 생각 하니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당일 행사가 활동의 핵심이었다면 걱정될 수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며 진행해 왔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주도해서 잘해 왔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2시 45분쯤 숙소에서 나와 도서관에 갔습니다. 3시에 모여서 준비하기로 했는데 이미 한선이와 서연이가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희 지금 가서 준비 시작해요.”
“그럴까? 그래, 그럼 필요한 물건들 가지고 가자.”
아이들이 먼저 학교에 가서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지난번에 만들어 놓았던 장소 안내 포스터와 선생님께 대접해 드릴 차 티백들을 가지고 갔습니다.
“다 왔다. 얘들아, 학교 강당이 어디야?”
“2층에 올라가면 바로 있어요. 강당이 근데 엄청 작아요.”
“그래? 그래도 지난번에도 잘했잖아.”
“맞아요.”
아이들을 따라 학교 2층으로 가니 왼쪽 끝에 다목적실이라고 쓰여 있는 교실이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시원한 바람이 흘러나왔습니다.
“우와 시원하다”
“행정실 선생님이 미리 에어컨을 틀어 놓으셨나 보다.”
“아 좋다.”
“자, 그럼 뭐부터 해야 할까?”
“의자부터 정리해 놔요.”
“그래 그렇게 하자. 근데 강당에 있는 의자가 부족해 보이는데?”
“그러네....... 아, 3층에 의자 더 있을 거예요.”
“그래? 올라가 보자.”
3층에 올라가 보니 의자들 및 각종 물건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몇 개 정도 들고 가야 할까? 이 정도 들고 갈 수 있겠어?”
한선이에게 의자 3개 정도를 전해주었습니다.
“제가 들고 가는 건 제가 빼서 가져갈게요.”
“그래, 알겠어.”
빼려고 했던 의자 3개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겹쳐져 있던 의자 8개 정도를 들고 먼저 내려갔습니다. 생각보다 무거워 총총걸음으로 빨리 옮겨 내려놓았습니다. 의자를 내려놓고 조금 기다렸습니다. 한선이와 서연이가 의자 한 개씩 들고 강당에 나타났습니다.
“뭐야? 한 개씩 들고 온 거야?”
“크크크, 네, 의자가 너무 무거워서 더 못 들겠더라고요.”
“에휴.......”
셋이서 있을 때, 저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한가 봅니다.
“이제 의자 배치를 해보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둥글게 해 놔요. 앞에다가 선생님 앉으실 의자 하나 해 놓고 그걸 기준으로 동그랗게 하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 의자 앞에다가 책상 하나 갖다 놓는 건 어떨까?”
“음, 저번에 할 때는 그냥 의자만 해놨는데 책상 가져다 놓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의자 배치를 끝내고 시계를 봤는데 벌써 3시 15분이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서 영어 캠프를 해서 한선이와 서연이 두 명이서 준비를 하려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습니다. 임은정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보니 박지영 선생님께서 이미 도서관에 도착하셨다고 했습니다. 등에서 땀이 흘렀습니다. 20분에 도서관에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괜찮으냐고 여쭤보셔서 아직 안내 포스터를 붙여놓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최대한 빨리 하고 학교 앞으로 마중 가겠다고 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이 도서관에 오셨다네. 빨리 포스터 붙이고 선생님 마중하러 가자.”
“헐, 빨리 해야겠다.”
“선생님, 근데 우리 테이프를 안 가져왔어요.”
“어떡하지?”
“밑에 행정실 가서 빌려올게요.”
“어? 선생님! 우리 메뉴판이 없는데요?”
“엥? 다 챙겨 왔는데? 중간에 떨어뜨렸나?”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1층 행정실에 가서 테이프를 빌려와서 서둘러 포스터를 붙이고 아이들은 선생님 마중하러 1층에서 기다리고 저는 도서관으로 뛰어갔습니다. 도서관에 뛰어가는 도중 임은정 선생님과 박지영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25분쯤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지영 선생님.”
“아, 박동현 선생님이시죠. 안녕하세요. 급해 보이시네요? 호호.”
“네, 도서관에서 가져와야 하는 게 있어서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중할 거예요. 잠시 후에 봬요.”
도서관에 들어가 보니 피아노 책상 위에 메뉴판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물 컵과 물병도 챙겨가지 않아서 도서관 부엌에 들어가서 물병에 물을 받고 컵도 챙겨서 학교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옴 몸이 젖어있었습니다. 학교 강당에 들어가 보니 아이들이 많이 와있고 선생님도 자리에 앉아계셨습니다. 어머니들도 다섯 분 정도 와 계셨고 아이들도 십여 명 정도 와서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 메뉴판 가져다 드려야지.”
“네, 알겠어요.”
서연이와 한선이가 메뉴판을 들고 선생님께 찾아갔습니다. 한 번 크게 숨을 내 쉬었습니다.
이제 저자와의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