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후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어이쿠 내가 이 정도였을줄이야 ㅠㅠ’
지금까지 생각했던 내가 아니었다.
난 강의와 상담을 오랫동안 해왔다.
500명 가까운 사람을 만났으니 제법 경험도 많다.
강의나 상담가들은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본이 되어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담이나 강의에서 전하는
내용이 단순한 이론보다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도 안하면서 상대에게만 그렇게 하라고
조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결혼생활은 나의 본 모습을 감출 수 없는 시간이다.
늘 함께 하는 가족이 있고, 가장인 내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공동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모습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나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너무 부족함이 많고 실수도 잦고 수시로 변명도 한다.
처음엔 인정하는 것이 힘들어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 때문이 아니라 모두 너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어 조금 성숙해졌는지 점점 수용하게 된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날이 많다.
인정과 수용 덕분에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다.
오히려 편안해졌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포장을 벗고 나니
오히려 더 편안한 나다움을 발견한다.
나름 괜찮은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