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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상현 Nov 12. 2016

드디어 아빠가 되다

재능코치연구소

우리 부부는 40세가 넘어 결혼한 늦깎이 부부다. 올해 초 둥이를 임신했을 때 노산이면서 초산이라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의학기술의 도움을 받으라는 의사 선생님도 계실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는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해 나를 놀라게 했다. 

책과 방송을 접한 아내는 아이와 본인의 건강을 위해 자연주의 출산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후 다양한 자료를 검토한 후 교대역에 위치한 국내 최초 자연주의 출산병원인 메디플라워 산부인과를 함께 방문하자고 했다. 흔쾌히 약속을 하고 방문했다. 

메디플라워 산부인과를 방문했을 때 첫 느낌은 '깔끔하고 친절하다'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환욱 원장님과의 만남이었다. 유튜브 영상 속 그 분과 정말 똑같은 분이 우리 앞에 계셔서 놀라웠고, 그분의 그윽하고 친절한 눈빛과 따뜻함과 자신감 넘치는 후광효과가 대단했다. 이점 때문에 이곳에서의 출산을 곧바로 결정했다. 

드디어 예정일은 돌아왔다. 하지만 아무런 진통이 오지 않아 우린 조금 실망했다. 바램대로라면 1주일 전쯤 통증이 오고 아이도 낳았어야 했다.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도 속속 연락이 왔지만 둥이가 나오려는 소식이 없어 애태우며 기다릴 뿐이었다. 정 원장님도 일단 1주일 후 다시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단 오르기가 출산에 도움이 되기에 저녁 식사 전 8층에서 25층까지 올라갔다. 오늘 밤 꼭 둥이의 반응이 있길 기대하면서. 이 바램이 통했는지 밤이 깊어가면서 진통은 시작됐고 새벽 두시를 기점으로 제대로 진통이 왔다. 강의에서 배우고 책에서 공부한대로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호흡에 집중했다. 진통 간격이 10-15분 사이로 들어왔고 몇시간 뒤 새벽 5시쯤 간격이 빨라지면서 호흡도 쉽지 않게되어 병원으로 출발했다.


둥이가 참 복덩이란 생각이 든 것은 새벽길을 운전하면서 또 느꼈다. 둥이의 현명한 도움으로 새벽에 출발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피해 여유롭게 병원에 도착했고 검진 후 입원했다. 모든 산모들이 겪는 출산의 고통이 시작됐고 아내는 더욱 정신차리고 호흡과 이완에 집중했다. 둘라선생님이 늘 옆에서 호흡을 도우면서 아내의 이완상태를 만들어줬다. 둘라는 출산동반자란 의미인데 산모를 편안하게 해주는데 탁월했다. 히프노버딩은 이렇게 호흡과 이완 만으로 출산준비가 끝난 것이었다. 산모 스스로의 힘으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충분한 호흡만으로도 아이가 태어날 최적의 출산조건이 만들어졌다. 둘라와 남편은 출산 동반자로서 산모의 호흡을 도왔다. 이것만으로 출산이 이뤄진다니 놀라운 자연의 힘이었다.

자궁 문이 점점 열리고 둥이의 머리가 보일 때 따뜻한 물이 준비된 욕조에 들어갔다. 수중분만은 산모의 몸이 이완되도록 해주고, 자궁 속 환경에 익숙한 태아가 출산 후 주변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난 아내가 충분히 이완되도록 수중분만을 선택했다. 머리가 보이면서 정말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이 상태에서도 산모는 억지로 힘을 주지 않는다. 호흡만으로 배에 힘이 들어가게 하고 그 힘으로 자궁수축이 일어날 때 아이가 스스로 나오게 했다. 머리가 나오면서 아이 스스로 몸을 돌려 어깨를 내보내고 다시 반대쪽 어깨를 내보낸다. 마지막 호흡과정에서 나머지 몸이 쑥 빠져나왔다.


아이가 나와도 태맥이 살아있는 동안 탯줄을 자르지 않았다. 엄마 가슴 위에서 편히 쉬다 태맥이 멈추면 남편인 내가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태반이 나올 때를 기다려 자연스럽게 모든 출산이 끝났다. 출산과 동시에 엄마와 아이를 연결하는 것을 본딩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나의 가슴으로 옮겨져 다시 본딩이 이뤄졌다. 아마 이때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작고 연약한 아이가 내 가슴에 올려져 심장이 뛰고 칭얼대며 느낀 서로의 감촉은 두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된다. 또한 아이의 정서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오늘로 이 세상에 온지 나흘된 내 딸. 세상이 정말 살만한 곳, 행복한 곳임을 꼭 보여줄께. 우리 부부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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