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빌 게이츠는 13세였던 1968년에 학교에서 폴 앨런을 만났다. 폴 앨런 역시 학교 컴퓨터에 매료되어 있었고 둘은 죽이 잘 맞았다.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서 컴퓨터는 일반 교과과정은 아니었고, 독립적인 스터디 프로그램이었다. 빌과 폴은 여가 시간에 이 컴퓨터를 마음껏 갖고 놀며 창의력을 폭발시켰다. 방과 후, 늦은 밤, 주말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금세 컴퓨터 전문가가 됐다.
폴 앨런의 회상에 따르면 그렇게 컴퓨터를 가지고 놀던 어느 날 늦은 밤에 게이츠가 <포춘> 잡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포춘 500대 회사를 운영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폴 앨런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빌 게이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젠가 우리도 컴퓨터 회사를 갖게 될 거야."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가치는 현재 1조 달러가 넘는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가 있는 중등학교에 다녔는데, 당시에 이런 학교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았다.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100만 명 중 한 명밖에 누리지 못한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빌 게이츠의 친구 켄트 에번스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켄트 역시 폴 앨런처럼 빌 게이츠와 똑같은 힘과 똑같은 강도로 형제지간 같은 사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덕에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레이크사이드 시절로 다시 돌아가보면 이 중등학교 컴퓨터 천재 일당 중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 번째 멤버가 있었다.
켄트 에번스와 빌 게이츠는 중학교 2학년 때 절친한 사이가 됐다. 빌 게이츠 설명에 따르면 켄트 에번스는 학급 최고의 학생이었다. 두 사람이 전화로 말도 안 될 만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고 회상했다.
켄트 에번스 역시 빌 게이츠와 폴 앨런만큼이나 컴퓨터를 잘 다루었다. 폴 앨런과 달리 켄트 에번스는 빌 게이츠와 사업가적 마인드와 끝없는 야망을 공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설립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켄트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 등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매년 35명 내외의 사람들이 등반 사고로 숨진다. 그리고 중등학교 때 산에서 숨질 확률은 대략 100만 분의 1 정도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참고문헌: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