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동네 카페에 가끔 일하러 간다. 이 카페는 외부 음식을 가져와 먹는 것에 무척 엄격한 곳이다. '외부 음식 반입 절대금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고, 먹다 들키면 이용불가 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처음 방문한 고객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여느 카페처럼 가져온 것도 먹고, 이곳에서 구입한 것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변 안내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문한 커피를 마셔가며 가져온 음식을 먹는다. 매장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직원이 이 사실을 발견한다. 직원이 다가와 '취식 불가'임을 알린다. 보통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미안해 하며 음식을 도로 넣는다. 하지만 매우 불쾌해 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
이들은 '뭐 이딴 곳이 있느냐'라고 큰소리를 친다. '해도해도 너무 하는거 아니냐며' 심한 경우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만할뿐 손님 욕설을 그저 듣는다.
주변에 좋은 카페는 많다. 이런 규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부터 방문하지 않으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왜 화를 내고 소리 치는 것일까.
<장자> 외편 20 산목편(山木編)에 ‘빈 배’(虛舟)라는 글이 나온다. 장자는 강에서 홀로 작은 배를 타고 명상에 잠기기를 좋아했다. 장자는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배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때 어떤 배가 장자의 배에 부딪쳤다. 화가 치민 장자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무례한 인간이군, 내가 눈을 감고 명상중인데 어찌하여 내 배에 일부러 부딪친단 말인가?” 장자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며 소리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배는 비어 있었다. 그저 강물을 따라 떠내려 온 빈 배였던 것이다. 순간 장자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내게 상처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화를 낸다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되어라.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게 하라.”
#장자 #빈배 #마음공부 #화를다스리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