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

나다움 레터

by 안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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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에 죄책감이 큰 편이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내게 ‘의미 없음’은 불편한 상태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단순한 휴식도, 풍경을 즐기는 것도 낯설었다.


예전엔 ‘경험’이라는 명분을 붙여야만 마음이 덜 불편했다. 여행도 뭔가를 배워야 하고, 남들에게 설명할 거리나 콘텐츠가 되어야 의미 있다고 여겼다. 그게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준 삶의 태도였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달라졌다. 가족과 함께한 어느 한적한 리조트.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우리는 편안하게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아이가 물놀이에 빠진 모습, 아내의 웃음, 그리고 그 순간 아무런 걱정 없이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보며 깨달았다.


“이게 진짜 쉬는 거구나.”


그제야 알았다. 쉬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 걸. 쉬는 시간에도 ‘쓸모’를 강박처럼 찾던 나에게, 가족은 ‘존재 그 자체로 의미 있다’라는 걸 가르쳐줬다.


이제는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건 결코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제대로 쓰는 시간일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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