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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도는 언제나 모순적이다

일상 인문학

by 안상현

“주여, 혜안을 주소서.”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가 기도하듯 중얼거린다. 그는 정치 비자금 조성, 여론 조작, 배신 등 모든 악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가 신에게 지혜를 구한다.


악역이 기도하는 그 장면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묘하게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그렇게 기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나를 정당화할 이유’를 찾는다.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명분’으로 포장하고, 심지어 잘못된 선택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설득한다.


이강희의 기도는 그저 영화 속 한 인물의 대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반복되는 도덕적 자기기만의 기도문일지도 모른다. “주여, 혜안을 주소서.” 그 말에는 ‘옳은 판단을 내리게 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지만, 실제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혜롭게 포장하게 해 달라’는 마음이 숨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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