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 없는 찐빵

일상

by 안상현

퇴근길 상상의 뿅망치를 꺼내 들고 지하철에서 크게 통화하는 아저씨의 머리를 시원하게 한방 먹였다. 상상의 뿅망치 덕분에 기분이 좀 좋아졌다. 곧장 유라를 하원하기 위해 집에 들러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서 다시 차를 타려는 순간, 그녀는 본인이 좋아하는 간식을 찾기 시작했다. 아차!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던 난 순간 당황했다.


아이는 나의 겉옷 주머니를 죄다 탐색하며 자신의 간식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정말로 한 개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망의 눈빛은 금방 울음으로 변했고 닭똥같은 눈물이 이내 흘러내렸다.


육아 초기엔 이런 상황에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했다. 과거보다 이런 순간을 대처하는 방식이 좀더 나이스해졌기에 다른 곳으로 주의를 옮기는 대화를 시도한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무슨 놀이했어?"
"실내 눈썰매장에 언제 갈까? 몇밤 자고 우리 갈까?"
"규리는 아직 안 가고 어린이집에 있어? 유라가 먼저 나온거야?"


결국 얼른 집에 가서 맛난 간식을 먹자는데 합의를 하고 차에 오르는 유라. 어린이 시트에 앉으면서 한마디 한다.


"빨간불에도 계속 가야되! 빨리 집으로 가야되!"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아이 간식 먼저 챙겨주고 저녁을 준비했다. 냉장고를 스캔해보니, 고등어, 나물, 김이 눈에 띈다. 유라 식판에 밥과 함께 반찬을 가지런히 놓고 한숨 돌린다. 그리고 아내에게 톡을 남긴다.


'여보 오늘 삽겹살에 쐬주한잔 어때?'


퇴근길 아내가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우린 거하게 만찬을 즐겼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제주산 삽겹살에 소주한잔~
여기에 반드시 빠지면 안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하는 아내~
아내가 없는 술자리는 앙꼬 없는 진빵 ㅋㅋ

작가의 이전글상상의 뿅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