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질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가 떠오른다. 당시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만 질문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잘 알다시피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에게 주어진 질문권은 오히려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나에겐 특별한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의 질문문화는 나중에 다시 다루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질문 패턴’이다. 당신은 언제 질문을 하는가? 주로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질문할 것이다. 그런 가벼운 궁금증보다 좀 더 무거운 궁금증이 필요한 때는 언제인가? 커다란 고민이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질문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런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질문보다 한 가지 질문에 쏠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의 방향이 일정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인 듯 보이지만, 걱정하는 마음 상태를 묻고 있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반복해서 이 질문에 빠지곤 한다.
상태에 관한 질문은 제아무리 물어도 답을 찾기 어렵다. 행동을 촉구하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문의 제자리걸음에서 맴돈다. 실질적인 행동을 원한다면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물론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늘 하던 대로, 습관처럼 질문하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패턴이 고정되어 있고, 답을 찾는 방식도 패턴화되어 있다. 대부분 이렇게 행동하지만, 자신의 패턴을 인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문하는 패턴에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요소를 알아본다.
첫째는 세계관이다.
‘우주의 기원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세상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어떤 신을 믿고 있는가?’ 신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질문 자체가 달라진다. 설령 같은 질문이라도 개념과 해석이 다르다. 질문 패턴을 만드는 커다란 요인이다.
둘째는 가치관이다.
자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판단한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질문 충돌보다 가치 충돌 때문에 갈등을 유발하고 고민이 깊어진다. 각자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여기서도 ‘보인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셋째는 성격이다.
가치관과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성격은 ‘믿고 싶은 신념’의 영향 아래에 있다. 그리고 타고난 성향과 환경이 반영된다. 낙천적인 사람은 질문도 낙천적인 방향으로, 비관적인 사람은 질문도 비관적으로 흘러간다. 행동을 중시하는 사람은 ‘어떻게’, ‘무엇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신중한 사람은 ‘왜’라는 단어를 좋아하며, 관계를 우선시한다면 ‘누구와’, ‘어디로’라는 단어를 질문 속에 쉽게 넣는다.
나의 질문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다르게 질문하는 첫 과정이다. 나의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성격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르게 질문하기에 앞서 자기 이해를 기반으로 한 자기 탐색이 필요한 이유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정신병 증세는 없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에서 다르게 질문하기의 중요성을 짐작해본다.
다르게 질문한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다르게 질문하려면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기존 관점을 유지하면서 다른 관점을 탑재하려면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습관을 익히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다르게 행동하기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질문을 찾기 위해 다르게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질문이 제대로 된 질문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명대사이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유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제대로 된 질문은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도 적용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다움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중요하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품고 살아가면서 동시에, ‘오늘 무엇을 하고 싶은가?’, ‘지금 감정은 어떤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원하는가?’ 같은 실용적인 질문도 품어야 한다.
진정 다르게 질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는 삶을 살기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질문에 답하는 삶이다. 나다움은 느낌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원하는 느낌을 물어보고, 원하는 행동을 물어본다. 그리고 나의 행동과 결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이 나다운 삶이다.
남과 다른 질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하는 질문만 존재한다. 만약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면, 다르게 질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