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공리셋 Mar 13. 2020

멋진 미래를 꿈꾸지만 너무도 힘이든 당신에게

디지털노마드

노동자의 삶을 신봉하며 살았다.

불로소득은 정직하지 않은 돈이라고 여겼다.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생소해서 '그냥 요즘애들이 관심 가지는 거...'라고 정의해버렸다.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디지털노마드의 삶.

요즘 애들이 아니지만 그들의 리그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나는 용기 내어 퇴사는 하지 못했고 휴직을 강행하여 다시는 그 자리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세상에는 다 좋은 사람만 있을 거라며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크게 믿었던 탓에 그 실망감이 그 자리를 떠나게 만들었다.

마음이 떠나니 몸도 자연스레 떠나왔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 뚜렷한 눈에 보이는 단돈 1원의 수익도 없는 나는 다시 그 자리에 돌아가려면 어떡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쳇바퀴 돌아가듯 생활했던 그리고 강하게 부정했던 그 시간으로 이미 나를 데려다 놓고 어떡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나의 뇌는 바보인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 때처럼 '이거 해보고 싶어, 저거 해보고 싶어' 내뱉으며 이거 하고 저거하며 내 마음의 욕구를 채워가며 휴직 후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결혼 후 단 한 번도 나에게 이렇게 긴 시간을 선물한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서...

그동안 다쳤던 내 마음과 또 힘들었을 내 남편과 아이들에게 지나온 시간만큼 보상해주고픈 마음도 컸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을 지나면서도 현실적 방안이 없으면 그곳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이 점점 커져오는 걸 느꼈다.

뭐 하나를 취미로 배우겠다고 시작해도 수익과 연결되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시기.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익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회사 = 돈'

나에게 회사는 그냥 그런 곳이었나 보다.

크게 가치 있고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곳이 아니라 노동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주던 곳.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지만 막상 없으면 불편하고 많으면 좋을 것 같은 돈을 지불해주는 곳.

그 이상은 아니었을까?

사람에게 실망해서 나왔던 계기가 컸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그 공간에 함께 한다고 리얼하게 상상해보았다.

그래도 싫었다.


수익이 없어도 다른 노동으로 그 수익을 충당하게 되더라도 시간이 자유로운 지금이 너무 좋다.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지나고 있는 지금의 삶이 너무 좋다.


펭귄처럼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을 보면 너무 이쁘다.

내 아이들의 펭귄 시절 모습은 잘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것 같다.

육아의 힘든 시간은 친정엄마가 대신했고, 퇴근 후 나는 먼발치에서 아이들의 재롱만 보아서이지 않았을까.

같이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이전보다 아이들이 엄마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시간이 늘었어도 이 시간이 지나버리면 후회할 것 만 같아서.

그래서도 지금 이 시간이 좋다.


나에게 디지털노마드의단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중이다.

시공간을 떠나 자유롭게 일을 하고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매일이 기다려지는 삶.


내적 공간의 비움과 채움이 필요했다.

덜어내고 집어넣는 과정이 필요했다.

집어넣기만 했더니 차고 넘쳐서 미로를 찾듯 방황하는 내가 보였다.


먼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다시 설계해보면 어떨까?

내 마음이 원하는 곳을 향해 하루하루 평온하게 걸어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유학(留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